우리나라의 자산기준 빈곤율이 소득기준 빈곤율을 크게 웃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정부가 보다 실질적인 빈곤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신호(6월10일자)에 실린 ‘저소득층 자산보유 실태와 과제’보고서에서 제2차 한국복지패널조사 표본가구(전국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7,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산빈곤 가구가 소득빈곤 가구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상 빈곤의 개념은 ‘소득빈곤’을 뜻해 ‘자산빈곤’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일정기간 동안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산유형을 가지지 못한 가구’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가구의 자산이 6개월간의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경우를 절대 자산빈곤 가구로 정의했다.
연구에 따르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 소득빈곤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10.2%였다. 또 소득이 중위소득(소득수준에 따라 최고에서 최저까지 순위를 매겼을 때 중간에 위치하는 소득)의 40%에 못 미치는 상대 소득빈곤 가구의 비중은 14.7%로 나타났다. 반면, 절대 자산빈곤 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13.3%였고, 보유자산이 순자산 중위값의 40%에 못 미치는 상대 자산빈곤 가구 비중은 29.3%에 달했다.
가구주의 연령대별 자산빈곤 가구의 비중도 따져봤다. 그랬더니 40대는 14.9%, 50대는 13.1%, 60대는 9.9%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빈곤가구 비중이 낮아지다가 70대 이후엔 빈곤가구 비중이 다시 높아지는 U자형 패턴을 보였다. 70대 17.1%, 80대 27.5%, 90대 37.1%로 자산빈곤 가구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자산빈곤율도 높았다. 무학(無學) 그룹의 자산빈곤율은 무려 27%에 달했지만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그 비중이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자산빈곤 가구 비중이 9.9%로 가장 낮았고 전라와 제주 지역은 19.3%로 가장 높았다.
가구주의 고용 형태나 직업에 따라서도 자산빈곤율에 차이가 있었다. 가구주가 일용직인 경우의 자산빈곤율은 30.5%에 달했지만 고용주인 경우는 3.6%에 불과했다. 가구주의 직업이 단순노무직인 경우는 자산빈곤율이 21.7%, 전문직인 경우는 2.8%였다.
남 연구위원은 “기존의 빈곤 연구는 대부분이 소득에 관한 것이었다”며 “선행연구에 따르면 자산은 소득에 비해 불평등도가 높은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특정 연령계층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빈곤완화 정책은 전체적인 정책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며 “보편적 형태의 제도설계를 통해 공평하게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빈곤가구의 자산축적을 위해서는 고용창출이 중요하다”며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자산빈곤가구의 주택마련을 위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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