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꽃 세 송이가 피어 올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대교 남단 세빛둥둥섬. 지난달 말 개장 후 첫 행사인 해외명품업체 모피패션쇼로 신고식을 치렀다. 섬은 유명세를 탔고 한강의 새 랜드마크가 됐다. 하지만 건축물에 대한 관심은 묻혀 버렸다.
이 건물은 김해만(44) ㈜해안건축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세종시 중심행정타운 마스터플랜과 서초동 추모공원 설계를 맡고 있다. 세빛둥둥섬은 1,000억원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예산과 2년간의 공사 기간 끝에 완공됐다. 10일 이곳을 찾은 주부 정미옥(74)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모랫벌이었던 한강에 이렇게 근사한 건물이 생길 줄 상상이나 해 봤겠나. 한평생 바라봤던 서울이 이곳에 서서 바라보니 정말 많이 달라졌다. 한강이 잘 보이는 옥상 공간이 특히 마음에 든다.”
꽃을 형상화한 세빛둥둥섬
세빛둥둥섬은 2007년 “한강에 섬이 생기면 좋겠다”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도 맞물렸다. 김 대표는 “삭막한 한강에 문화의 꽃을 피워 나간다는 의미”라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들이 찾아와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세빛둥둥섬은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 1만845㎡(약 3,000평)로 가장 큰 제1섬은 만개한 꽃을 나타낸다. 활짝 핀 꽃처럼 둥근 형태의 건물을 유리창이 켜켜이 둘러쌌다. 이 유리에는 LED조명이 부착돼 있다. 내부는 구(球)형 구조물이 설치돼 회의장으로 이용된다.
제2섬(5,373㎡)은 꽃봉오리다. 1섬에 비해 더 둥그렇고 단순한 구조지만 두 개의 큰 철 구조물이 잎처럼 봉오리를 감싸고 있다. 제3섬(4,164㎡)은 꽃씨를 뜻한다. 흙이나 땅과 같이 보다 근원적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나무 느낌이 나는 소재를 썼다. 수상레저 지원 시설이 들어선다. 김 대표는 “세 섬 곳곳에서 감상하는 한강과 서울의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국내 최초의 첨단 공법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땅이 아닌 물위. 이 때문에 건축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바로 안전성이었다. 환경보호 단체들도 홍수로 인한 대형 사고와 쓰레기 처리 문제 등을 우려했다. 김 대표는 “멋진 건물을 짖기보다는 안전한 건물을 짓는 게 우선이었다”며 “특히 하중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고 말했다.
기술적 검토가 거듭됐다. 기상청에서 200년 전 대홍수 기록을 뽑아냈다. 당시 한강이 범람했을 때 최고 높이 20m까지 물이 차 올랐다. 현재 한강 수심은 약 4~6m 수준. 홍수기와 갈수기의 수심 차는 약 15m. 섬은 최고 20m 안팎까지 떠오르도록 설계됐다.
보통은 강바닥에 기둥을 세운 뒤 그 위에 판을 대고, 건물을 올린다. 하지만 세빛둥둥섬은 배처럼 건물을 물위에 띄웠다. 그리고 닻을 내렸다. 평상시 섬마다 4개씩 강철선이 수평을 맞춰 팽팽하게 잡아당겨 건물을 고정시키고, 강바닥에 깔려 있는 22개의 쇠사슬은 비나 눈이 많이 오면 자동조절 장치로 높이를 조절해 배의 균형을 잡아 주는 국내 최초 첨단공법이다. 무게는 제1섬이 약 1만톤, 제2섬이 약 5,600톤, 제3섬이 2,500톤이다. 이는 적설량까지 감안한 수치. 수용 인원은 약 6,000명이다.
섬은 한강 지형을 고려해 타원형으로 설계됐다. 이는 동에서 서로 한강의 흐름에 따라 떠내려오는 부유물들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고, 건축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내부 공간에 불쑥 튀어나온 기둥과 폐쇄회로(CC)TV 지지대가 시선을 어지럽힌다. 김 대표는 “반듯한 상자형 건물이 아니어서 각 층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이 필요했고, CCTV도 안전상의 문제로 설치돼야 할 곳에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강이라는 자연 안에 숨은 자연 친화적인 건물보다는 한강에 힘을 실어 줄 아이콘이 되는 좀더 직접적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며 “꽃을 떠올렸지만 사람들이 느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 건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현재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부분 개장했고, 올 9월 정식 개장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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