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지 145년 만에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를 환영하는 행사가 11일 서울 경복궁과 외규장각이 있던 강화도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서울 행사는 오후 4시20분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이봉행렬로 시작해 근정전 앞 고유제에 이어 축하공연까지 1시간 남짓 진행됐다.
이순신장군 동상 뒤에서 출발한 이봉행렬은 외규장각 도서 영인본 1권을 모신 가마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양식을 재연한 대형 깃발과 취타대, 호위무사, 기마대, 무용수 등 520여 명이 길게 이어졌다. 이봉행렬이 오는 동안 광화문 안쪽에서는 각지의 풍물패, 탈패, 연희패가 판을 벌여 축하 분위기를 띄웠다.
이봉행렬이 광화문 안으로 들어오자 장중한 궁중음악 수제천이 연주되는 가운데 정병국 문화체육부 장관이 가마에서 꺼낸 외규장각 도서를 받들어 근정전 계단 위 고유제 제단에 올렸다. 고유제는 종묘제례의 음악과 춤을 곁들였고, 제관들은 엄숙한 의식으로 외규장각 도서가 돌아왔음을 하늘에 고했다. 근정전 앞마당에서 펼쳐진 축하공연은 궁중무용인 선유락과 학연화대처용무합설에 이어 북의 대합주로 끝났다.
이 자리에는 인터넷 이벤트로 초청한 시민 800여명 외에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관료, 외규장각 도서 귀환의 유공자인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씨, 자크 랑 전 프랑스 문화장관, 뱅상 베르제 파리7대학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오늘을 시발로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 오는 데 다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서울 행사에 앞서 이날 오전 강화도에서 열린 환영식은 500여명의 이봉행렬이 강화산성 남문을 출발해 고려궁지 외규장각까지 가서 고유제를 올렸다. 지금의 외규장각은 병인양요때 불타 버린 것을 강화군이 2002년 원래 위치에 복원한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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