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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갑 중의 갑' 금감원…현직선 무소불위, 노후도 보장 '포식자 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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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갑 중의 갑' 금감원…현직선 무소불위, 노후도 보장 '포식자 금피아'

입력
2011.06.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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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갑(甲)'은 참 많다. 국회의원, 공무원, 대기업 임직원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때론 갑으로, 또 때론 을로 살아간다. 일종의 먹이사슬이다.

요즘 새롭게 주목 받게 된 '갑'이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다. 무려 3,000곳이 넘는 금융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관료는 아니지만 관료를 훨씬 능가하는 권한을 지닌,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슈퍼 갑'이다.

이런 힘을 유지시켜 주는 건 그들의 끈끈한 결속력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돈독함을 과시하며 그들의 철옹성을 더욱 굳건히 한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거치면서 그들에게 붙여진 별칭이 금피아. 옛 재무부의 영문 이름(MOF)과 마피아를 합친 모피아를 본 따 금융감독원과 마피아를 결합해 만든 조어다. 그만큼 그들이 집단적으로 누려온 권력이 막강하다는 것. 적어도 최근의 행태만 보자면 "모피아보다 더 하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금피아, 신도 부럽지 않다

금감원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높은 연봉 때문이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863만원(2009년 기준). 입사 15년차 안팎이 되면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5월 초 금감원 현장 방문에서 "여러분 직원 1,500명의 평균 연봉이 9,000만원 가까이 될 것"이라며 그들의 높은 보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사실 월급 액수를 들먹이며, 문제 삼는 건 좀 치사할 수도 있다. 더구나 그만한 전문성이 있고, 그만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억대 연봉쯤은 인정해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됐으니까.

하지만 돈에 권력까지 붙어있는 게 문제다. 현직에서 누리는 막강한 권력, 그리고 그 권력의 꼬리는 퇴직 후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신조차 부러워할 수 밖에.

금감원이 담당하는 기관은 금융지주,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대부업체, 그리고 각종 협회와 금융공기업까지 무려 3,383곳에 달한다. 사실상 이곳들에 대한 인ㆍ허가권에서부터 검사권, 제재권을 망라하고 있으니, '슈퍼울트라 갑'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현직에서의 이런 권력은 따뜻한 노후 보장으로 이어진다. 통상 국장급 직원이 은행, 증권, 보험사 등의 감사로 나가는 경우 받게 되는 연봉이 3억~5억원 수준. 그러니 금융회사를 으르고 달래서 퇴직 후 자리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당연하다. 행여 한국은행이나 관료 등 다른 집단이 이 자리를 넘볼라치면 강한 결집력을 발휘하며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금감원이 결사 반대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맥락이란 평가다. 최근 5년간 금감원 2급 이상 퇴직자 중에서 금융회사 감사로 재취업한 이들이 84명이나 된다거나, 올해 선임된 금융권 감사 중 60%가 금감원 출신이라는 통계가 그리 놀랍지 않은 이유다.

그들이 곧 법이다

2009년말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회장 후보로 3명이 선정됐지만, 나머지 두 후보가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중도 사퇴를 했기 때문. 하지만 강 행장의 회장 입성은 끝내 무산됐다. 금감원이 KB금융과 국민은행을 상대로 전방위 검사에 들어가면서 사퇴를 압박한 것. 당시 청와대가 다른 후보를 밀었는데, 강 행장이 사외이사들과 결탁해 회장에 내정되자 금감원이 첨병으로 나서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금융회사를 검사하는 금감원은 심지어 강 행장의 운전기사를 야간에 불러 개인 비리까지 파헤쳤고, 결국 강 행장이 버티지 못하고 두 손을 든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금감원의 횡포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금감원 현장 검사역 권한이 너무 세고, 검사에도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가 공개한 일화 하나. "금감원 검사에서 나온 지적 사항을 고쳤더니 다음 해 같은 사항에 대해 또 잘못됐으니 다시 고치라고 하더군요." 신 회장은 "금감원 검사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다들 입이 나와 있다"고 했다.

이러니 일개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금감원 직원들은 하늘보다 높은 상전일 수밖에 없다. 한 금융회사 경영기획실 직원 A씨. 평소 몇 차례 술자리 접대 등으로 안면이 있던 대학 후배 금감원 직원 B씨에게 전화를 했다. 회사가 불가피한 사정 탓에 일시적으로 규정 위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사전 유권해석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B씨로부터 돌아온 것은 불호령 같은 질책. "규정 위배를 운운하는 게 가당하기나 한 일이냐. 금감원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하면 가만히 있을 않을 테니 두고 봐라…." A씨는 "단지 가능한 것인지 혹시 대안은 없는 건지 질의를 한 것뿐인데 상당히 모욕적인 수준의 답변을 듣고 보니 황당했다"며 "당장 따지고 싶었지만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그냥 꾹 참았다"고 말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이 뇌물 등 각종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것도 이런 막강 권한 탓. 은행이나 보험, 증권 등은 그래도 감시의 눈초리가 많아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저축은행 등 감시망이 느슨한 권역에서는 은밀한 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부산저축은행의 비리도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유착관계의 산물이다.

한 금융권 고위 인사는 "금감원이 스스로 금피아로 대표되는 악습의 뿌리를 뽑지 못한다면 언제나 사정칼날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그 끈끈한 결속력이 쉽게 해체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소탕작전을 벌여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마피아처럼.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모피아와 금피아 끈끈한 공생관계

권력은 속성상 공유가 어렵다. '모피아'와 '금피아'도 그래서 늘 으르렁대왔다. 지난 정부까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같은 수장을 모실 때조차 종종 불협화음이 나왔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에서 가져와 수장이 다른 금융위원회를 만들고, 금감원은 이를 집행하는 실무조직처럼 만들어 놓은 후 두 기관의 갈등은 커졌다.

꼭 큰 밥그릇을 놓고 싸우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사사건건 대립이다. 지난해 금감원이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 과제를 다룬 '한국판 터너 보고서'를 발간하려 하자 금융위가 막았고, 금감원과 금융위가 나눠 갖고 있는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제재 권한을 두고서도 서로 다툼을 벌였다. 금융위 설립 초기 금감원 건물을 떠났던 금융위가 다시 한 지붕 밑으로 돌아오는 데만도 1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불리는 두 조직이 끈끈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것도 사실이다. 안에서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가도 다른 기관이 금융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하면 한 몸이 되어 막아낸 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긴급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에 한해 한국은행에 단독 검사권을 주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이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무위원회가 '맞불 법안'을 내도록 하는 등 합심해 적극 대응했다.

지난달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당국이 몸을 사리는 와중에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감독권은 아무한테나 주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최근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면서 한국은행에도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를 제지한 것. 한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위기 시에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주라고 결정해서 주는 것"이라면서 "한은은 단독 검사권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 개혁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설치한 금융감독 개혁 태스크포스(TF)에 금감원 출신을 인위적으로 배제했지만, '모피아'출신은 다수여서 TF가 감독기구 개편 등에 대해 근본적 수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두 '금융 마피아'는 금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관행도 비슷했다. 민간은행장을 금융관료가 좌지우지했던 외환위기 전과 달리 지금은 모피아가 민간 금융회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기업, 각종 유관기관 등에는 모피아 출신이 대표나 감사를 맡는 것이 당연한 관행처럼 돼 있다.

이미 사장 선임절차가 진행 중인 서울보증보험을 시작으로 7월 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투자공사(KIC), 8월 한국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등 총 6개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종료될 예정인데, 역시 모피아 출신이 대거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그 동안 민간 금융기관의 감사 자리를 독점해 온 금감원은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낙하산 관행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선언한 상태여서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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