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사건 피해자로 재판을 받던 한 여성이 재판에 증언을 한 다음 날, “판사가 모욕을 주고 합의를 하라고 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모텔에서 A(29)씨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하루 전인 이난달 31일 재판에 참석했을 때 느꼈던 억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서울 중앙지법 담담 재판부는 성폭행 가해자를 무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과 합의종용을 했고, 상대방 변호사는 과거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 것을 추궁했다고 A씨는 유서에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담당 검사의 전화번화를 남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모욕적인 말은 전혀 없었다”며 “화간인지, 강간인지를 첨예하게 다투는 사안이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질문들이 오갔던 것”이라며 해명했다.
조선족 출신으로 10년 전 귀화한 A씨는 조선족인 피고인과 몇 차례 만나며 알고 지내왔는데, A씨가 자신의 집에서 때리고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피고인은 폭력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합의를 하라고 종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형법상 강간죄의 경우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로 돼 있다”며 “이 때문에 피고인이 합의를 원하면 피해자에게도 합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법적 절차여서 동의하는 지 물어본 것인데 이를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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