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숙명여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회장단의 '대학 등록금 면담'은 시종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양측이 이날 면담을 언론에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 한차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면담은 예정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등록금 완화 방안 논의를 위한 면담도 이른바 '반값 등록금' 대선 공약을 둘러싼 진실 공방 방식으로만 전개됐다.
황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대학 등록금 완화 방안과 관련, "등록금 인하, 장학금 제도 확대, 학자금대출 개선 등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3개 트랙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 의견을 모아 정부와 협상하고, 6월까지는 마칠 것"이라며 한대련 측의 의견을 구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이후 모르쇠로 일관했다"면서 "여당 대표로서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몰아세웠다.
그러자 황 원내대표는 "오늘 모임의 취지가 사과를 받으려는 것이냐, 등록금에 대해 구체적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사과하려면 당에서 먼저 의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함께 자리한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은 "그건(반값 등록금) 2006년 지방선거 공약이었고, 대선에서는 뺐다"고 해명했다.
일부 학생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반값 등록금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아니라고 하면 오늘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할지 말지를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배석한 황영철 의원은 "여러분이 진정성 있게 등록금 문제를 고민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여러분의 기본 사고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비판적인데, 선을 갈라놓고 출발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이날 면담에서는 등록금 완화를 위한 촛불집회를 놓고도 양측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경찰이 공권력을 동원해 등록금 완화를 위한 촛불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원내대표는 "법 기준에 잘 맞추면 당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 다만 정치적으로 변질될까 그런 걱정은 한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은 양측 간의 공방으로 인해 예정 시간을 넘겨 2시간20분 가량 이어졌다. 황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의 앙금이 쉽게 풀리겠느냐"며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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