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나온 국내 소설은 흥행 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8년 11월 출간돼 10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했던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가 올해 4월 영문판 출간 소식에 힘입어 다시 판을 휩쓴 형국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25만부 가량 판매됐다. 3월 출간된 신예 정유정씨의 <7년의 밤>이 9만부 가량 판매되며 그나마 선전한 수준이었다. 엄마를>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간된 최인호씨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황석영씨의 <낯익은 세상> 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합류해 모처럼 국내 소설에 활기가 돋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이달 첫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국내 소설 4권이 20위권에 포진했다. 아울러 한국일보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차례로 거머쥔 김인숙씨의 신작 장편 <미칠 수 있겠니> 가 최근 나왔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범신씨의 신작 소설도 이달 중으로 나올 예정이어서 국내 소설들의 동반 흥행 바람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미칠> 낯익은> 낯익은>
아쉬운 점이라면 국내 소설 베스트셀러가 대개 문학의 영향력이 한창 힘을 발휘하던 시절에 명성을 얻었던 40대 후반에서 60대 작가들의 작품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2000년대 문학을 대표한다는 박민규 김연수씨의 독자층은 여전히 10만부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지난해 11월 출간돼 주목을 받았던 박민규씨의 <더블> 도 6만부 정도만 판매된 상황이다. 더블>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여러 갈래로 나온다. 베스트셀러만 찾아 읽는 독서 경향, 2000년대 문학의 대중적 한계 등을 지적할 수 있다. 더 결정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2000년대 문학을 지지해 줄 젊은 독자층이 얇다는 점이다. 영화나 TV를 선호해 책 읽기 자체를 멀리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학 때부터 학점 경쟁과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에 눈코 뜰새 없는 이들이 언제 소설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 지금 한국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된 취업 자리도 주지 못하면서 소설 읽을 여유조차 빼앗은 것은 아닐까.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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