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광둥(廣東)성 차오저우(潮州)시 곳곳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쇠파이프와 칼 등으로 무장한 현지인들이 거리에서 쓰촨(四川)성 출신 농민공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광둥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만 봐도 ‘묻지마’ 폭행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만큼 차오저우시에서는 쓰촨(四川)성 출신 농민공들에 대한 반감이 하늘을 찌를 듯한 분위기라고 홍콩 밍바오(明報)는 10일 보도했다.
쓰촨성에도 차오저우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사이트에는 “쓰촨인들이 차오저우로 몰려가 상점을 불사르고 주유소 등을 폭발시키자”며 복수혈전을 촉구하는 원색적인 문구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촨차오(川潮ㆍ쓰촨과 차오저우)대전’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쓰촨과 차오저우간의 심각한 지역갈등이 불붙기 시작한 발단은 이렇다. 지난 1일 차오저우시의 한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 쓰촨성 출신 농민공 슝(熊)씨가 고용주에게 임금 체불을 따지다가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이에 격분한 쓰촨성 농민공 200여명은 6일 밤 차오저우시 청사 앞에서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화염병을 투척해 거리 곳곳에 불꽃이 치솟았고 차량이 불타 적어도 현지인 6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쓰촨 농민공들의 차오저우시를 점거하는 폭동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 정부는 시위 연루자 9명만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는 등 사건의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했다. 최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심각한 몽골족 시위로 민족갈등이 부각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광둥-쓰촨성 지역갈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자 당시 피해를 입은 차오저우시의 광둥인들이 쓰촨 농민공에 대한 반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 곳곳에서 조직적으로 이들을 색출, 폭행을 가하고 있다. 쓰촨 농민공들이 집단거주하는 차오저우시 구강(古巷)진에는 10일 무장경찰들이 대거 투입돼 충돌을 막고 있으며, 시 곳곳에 경찰차량들이 순찰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밍바오는 전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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