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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 청춘의 감옥' 우유갑 고스톱…욕설 공방…80년대 감옥의 '생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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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 청춘의 감옥' 우유갑 고스톱…욕설 공방…80년대 감옥의 '생활문화사'

입력
2011.06.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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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감옥/이건범 지음/상상너머 발행·252쪽·1만2,000원

망막색소변소증을 앓는 1급 시각장애인 이건범씨. 장애로 글을 제대로 볼 수 없는데도 출판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좌우파 사전> 으로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을 공동 수상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여기 오기까지 사실 좌절과 추락의 연속이었다. 학생운동으로 두 차례 수감됐다 출감한 뒤 창업해 벤처 최고경영자(CEO)로 승승장구하다 그만 파산하고 시각장애까지 겹쳤으니.

그러나 이를 이겨낸 것은 자신의 파산과 시각장애조차 남 일처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유쾌한 삶의 태도였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럼없이 껴안고, 좌절마저 즐거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그 낙관의 힘을 그는 "감옥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내 청춘의 감옥> 은 이씨가 1980년대 겪은 수감 생활을 회고한 책이다. 80년대 감옥 생활을 적었다고 비장함과 회한조의 판에 박힌 후일담 문학은 떠올리지는 말길. 바닥까지 내려가 본 그가 감옥이란 어두운 공간에서조차 길러 낸 것은 폼 재지 않는 삶의 날 것이다. 징역 생활하는 이들의 구차하면서도 애틋하고, 풋풋하면서도 서글픈 희노애락의 삶이 가감 없다.

감옥생 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하철 한 량의 문은 몇 개냐' 등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욕설 공방전, 서울우유 종이갑으로 화투를 만들어 고스톱을 치는 일 등의 에피소드들을 읽을 때면 킥킥거리는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간수 몰래 기발한 도구를 만드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며 삶을 엮어 간다. 수감자들의 생활 풍경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유쾌하게 읽는 80년대 감옥의 생활문화사라 해도 될 법하다.

이 진솔한 이야기 속엔 또한 한 시대를 뜨겁게 살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방황과 시련도 애틋하게 담겨 있다. 유쾌하면서도 가슴 찡한 감옥 생활을 통해 한 시대가 남긴 발자취의 또 다른 면모를 읽을 수 있겠다. "책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린 80년대의 힘이 슬픔과 분노만이 아니라 웃음과 낙관에서도 나왔음을 잘 보여 준다"(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80, 90년대를 청년으로 살았던 현재의 중년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청춘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조국 서울대 교수) "세월을 격하며 얻은 유머가 있다"(정진영 배우) 등 80년대 세대의 추천사도 쏟아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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