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새판 짜기 /대니 로드릭 지음
우리는 유행하는 경제 담론들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시장은 효율적이고, 정부의 개입은 비효과적이거나 해로우며, 자유무역이 왕도라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를 범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세계화에 대한 찬사는 복음처럼 퍼져 있다. 과연 그럴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국제정치경제학 교수 대니 로드릭은 '아니올시다'라고 답한다. 그는 "민주주의, 민족자결권이 하이퍼글로벌라이제이션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이러한 권리가 글로벌 경제의 요구와 충돌할 때 물러서야 할 것은 후자"라고 단언한다. 기존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세계화의 가치에 의문을 품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있었지만 로드릭만큼 입지가 두터운 학자도 많지 않다. '적정한(feasible)' 또는 '얕은(thin)' 세계화를 주장하는 그는 자유무역주의와 보호주의의 이분법을 넘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제시한다. 3월 나온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에 이은 로드릭의 이번 책은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 가 던진 신선한 자극과 비슷한 파장을 지녔다. 고빛샘 구세희 옮김. 21세기북스ㆍ440쪽ㆍ1만5,800원 사다리> 더>
채지은기자 cje@hk.co.kr
■ 숫자가 있기 전 우리는 어떻게 셈 했을까
숫자의 탄생 /조르주 이프라 지음
초등학생이면 으레 배우는 곱셈과 나눗셈을 중세에는 부유한 이들이 유럽 각지를 떠돌며 여러 해에 걸쳐 연구를 거듭했다고 하면 믿겠는가.
세계 공통어는 제스처가 아니라 숫자다. 도대체 이 숫자는 어디서 온 걸까. 숫자가 발명되기 전 셈은 어떻게 했을까. 책은 숫자 발명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수학 교수였던 저자는 숫자를 찾아 로마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 결과물이 바로 1981년 <수의 세계사> 였다. 이 책은 그것을 다시 보완해 새롭게 쓴 개정판이다. 숫자가 처음 발명된 BC 9000~2000년에서부터 이집트인의 상형문자, 로마 숫자, 유대인 서기와 그리스인 수학자들의 알파벳을 이용한 기수법, 바빌로니아 학자들의 60진법 등 역사에 숨어 있는 숫자의 역사만을 속속들이 뽑아내 재구성했다. 김병욱 옮김. 부키ㆍ464쪽ㆍ1만6,000원 수의>
강지원기자 stylo@hk.co.kr
■ 김해가야는 흉노인 김씨의 나라였다
흉노인 김씨의 나라 가야 /서동인 지음
김해가야의 건국 과정을 담은 구지가(龜旨歌).'거북아 거북아/머리를 내밀어라/내밀지 않으면/구워서 먹겠다'는 가사다. 그런데 왜 거북이가 등장했을까.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거북이가 잘못된 해석이라고 꼬집는다. 대신 구(龜)는 거북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글자이긴 하지만 정복자 김수로의 의미가 숨어 있는 고도의 언어적 유희를 사용한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구지가의 해석을 바로잡으면서부터 책은 시작된다. 이어 전국 400만 인구로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의 시조 찾기를 파고들다 마침내 김씨가 중국 북서 지역 실크로드의 실질적 지배자였던 흉노 우현왕의 후예임을 증명해 내며 대장정을 끝낸다. 한국의 모든 김씨가 흉노인이며 김해가야는 흉노인 김씨의 나라였다는 것이다. 방대한 사료와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석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완성됐다. 중국 한국의 고대사를 연구하는 저자의 첫 역사서. 주류성ㆍ528쪽ㆍ2만5,000원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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