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값 등록금’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줄일 모양이다. 등록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지방교육재정 축소 논란은 4월에도 있었다. 10년 사이 학생은 9%나 줄었는데 지방교육재정은 2배 늘었다며 총리가 직접 나서 조정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단순 경제논리로 보면 일면 타당한 주장이다. 열악한 교육여건과 상황을 그대로 둔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학생수가 줄면 당연히 예산도 축소해야 한다.
빗나간 ‘반값 등록금’논란
그러나 반값 등록금 문제나 학생수 감소에 따른 재정 조정 문제를 모두 지방교육재정 축소로 연결하는 발상과 논리에 우리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국민은 공교육의 핵심인 초‧중등교육의 획기적인 개선을 원한다. 사교육비에 의존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정부가 우리 자녀들의 교육을 완벽히 책임져주기를 원하며, 사교육 걱정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이러한 국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적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예컨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10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 지방교육재정 부족으로 공교육인 고등학교 수업료 부담을 계속 학부모에게 지우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무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나마 재정 부족으로 다른 나라보다 적은 공교육비로 인해 교육의 질적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 연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만 보아도 OECD 평균은 초등이 6,741달러, 중학교가 7,598달러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이 5,437달러, 중학교가 6,287달러로 여전히 미흡하다. 유아교육의 경우를 보더라도 OECD 평균1인당 공교육비는 5,447달러이나 우리는 3,909 달러 수준이다.
교육의 기본 여건을 가늠할 수 있는 학급당 학생수도 그렇다. OECD 평균은 초등이 21명, 중학교가 24명이나 우리는 초등 30명, 중학교 35명에 이른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 있어서도 OECD 평균은 초등이 16명, 중학교가 14명이나 우리는 초등이 24명, 중학교가 20명에 이른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반값 등록금 재원 마련 혹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들어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줄이면 한국의 공교육 내실화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자원 빈국인 한국이 오늘과 같은 경제 기적을 일궈낸 것은 교육 덕분이다.
그 것도 순전히 초ㆍ중ㆍ고 단계의 기본 공교육에 착실히 투자 해온 덕분이다. 공교육 투자를 무시하고 거꾸로 대학 단계부터 투자하여 결국 국가발전을 수십 년 지연시킨 중남미 국가들의 교육정책 실패 사례는 기초 공교육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준다.
공교육 내실화가 먼저
국가의 정치ㆍ 경제 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우리의 초‧중등교육이 선진교육, 세계 최일류 교육이 될 때까지 계속 재정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유‧초‧중등교육의 핵심 재정인 지방교육재정을 줄이면 2,1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될지 모른다. 730만 명의 학생들과 1,400만 명의 학부모들이 지방교육재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값 대학등록금을 실현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납세자인 국민의 동의를 구하여 그 재원을 달리 찾아야 한다.
학생수가 줄고 있는 현시점이 오히려 현재의 공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이다. 지방교육재정 축소 논의는 우리 국민이 사교육비 고통에서 벗어날 정도의 공교육 내실화가 이루어지고, 각종 기초 교육여건 지표들이 적어도 OECD 회원국 평균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유보되어야 한다.
김흥주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ㆍ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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