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나한테 묻습니까?" 대답 대신 그는 언성을 높이며 되물었다. 말투엔 불만이 가득했다. 보건복지부의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반약의 슈퍼 판매'를 계속 추진하라는 의지를 드러낸 이후 기류 변화가 있는지를 물으려 전화를 건 8일 저녁이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선 "우리 (보건)정책은 대한민국 언론사 데스크들이 다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튀어 나왔다. "복지부가 언제 약사회 입장을 들었나. 뭘 근거로 (일반약 슈퍼판매가) 물 건너갔고 무산됐다고 쓴 건가. 그렇게 함부로 기사를 써도 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엿새 전인 3일로 돌아가보자. 복지부의 입장은 대한약사회의 의견이 주된 근거였다. 복지부는 이전까지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던 장관 고시를 통한 '특수장소(약국이 아니어도 일부 상비약을 팔 수 있는 곳) 확대'는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돌연 포기했다. 난항이 뻔한 의약품 재분류 논의도 약사회가 원하던 바였다. 한국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복지부가 사실상 일반약 슈퍼판매를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근거에서였다.
복지부의 산하ㆍ소속기관은 30여 곳에 이른다. 얽힌 이익단체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들의 입김과 로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정책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진수희) 장관이 잘 판단하고 조율해서 (정책추진을) 했어야 했다"는 대통령의 질책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말일 게다.
그런데 보건의료정책의 실무를 총괄하는 손 실장의 분석은 달랐나 보다. 그는 언론의 지적과 보도를 '기자들이 (근거도 없이) 함부로' 쓰는 것으로 치부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 이런 태도로는 앞으로 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국민의 뜻이 반영될 리 만무할 듯 싶다.
김지은 정책사회부 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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