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떠오른 황금평ㆍ위화도 개발과 연계해 신의주 특별행정구 신임 행정장관으로 중국 정치협상회의(정협)의원인 가오징더(高敬德ㆍ55ㆍ사진) 홍콩 신헝지(新恒基)국제그룹 이사회 의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002년 황금평을 포함한 신의주 일대를 '북한판 홍콩'으로 개발하기 위해 중국인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초대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하려다 그가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무산된 이래 9년 만에 다시 중국인을 임명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북중경협을 가속화할 움직임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중국 경제주간지 찡지??차바오(經濟觀察報)는 9일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소식통을 인용, 8일 북중 간 황금평 공동개발 착공식에 참석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이 가오징더 의장을 만나 신의주 특구 개발 등 북한경제 발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행정장관직 임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수 차례 북한을 방문한 가오 의장은 이미 중국 고위층으로부터 행정장관직에 대한 사전허가를 받아 놓은 상태"라며 사실상 임명이 성사됐음을 밝혔다. 베이징(北京)의 외교소식통들도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당시 북측이 중국의 '윤허'를 받기 위해 사전교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당국이 2002년 양빈을 구속한 것은 양국 간 사전교감이 없었기 때문으로 북측은 2번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의사표명을 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1957년 7월 쓰촨(四川)성 출신의 가오 의장은 투자유치의 귀재로 자산규모 600억 홍콩달러(8조3,600억원)의 중국 전문 다국적 투자회사인 홍콩 신헝지국제그룹 등 내로라하는 5개 그룹의 이사회 의장직과, 홍콩중국외상투자협력위원회 회장 등 10여개 기관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정치적 역량도 커 제8ㆍ9ㆍ10차 중국 정협의원직을 맡고 있으며 홍콩의 제1ㆍ2차 입법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유진석 중국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북한이 그의 지역개발능력과 투자유치라인을 동시에 십분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이 한시적이며 권한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북한이 파격적인 중국인 임명으로 황금평ㆍ위화도에 중국 투자가 탄력을 받더라도, 신의주 특구까지 그 영향이 미치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북한 내부에서 개혁개방에 의견 일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황금평ㆍ위화도 경제지대와 나선 경제무역지대의 착공식이 각각 8일과 9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나선 착공식에서는 북중 양국이 적극 협력해 전력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나진항 현대화와 나진항- 원정리 구간 도로보수 공사를 연말까지 끝내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고 밝혔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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