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시행되는 복수노조제를 앞두고 노사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핵심쟁점은 '교섭창구단일화'다. 교섭창구단일화란 복수의 노조가 생기더라도 사측과 교섭할 수 있는 창구를 하나만 두도록 한 제도다. 조합원 과반인 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주고 과반 노조가 없을 경우 단일화 절차를 통해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리도록 한 것이다. 노동계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위헌적 제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노노 갈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900여 기업의 사용자와 노조를 대상으로 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수노조 설립시 교섭방식에 대한 노조와 사용자의 입장은 상반된다. 노조측 응답자의 61.4%가 노조별 복수교섭을 선호한 반면, 사용자의 90.4%가 기업단위 교섭창구 단일화를 선호했다. 복수노조가 시행되더라도 교섭창구단일화 문제가 노사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야당들과 연대해 복수노조의 개별교섭을 골자로 한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양대 노총은 "교섭창구단일화는 소수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며 "결국 무늬만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조합원수 산정, 교섭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 등 단일화 과정의 혼란 및 비용부담 증가 ▦우호적인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도록 사측의 부당노동행위(특정노조 탈퇴권유, 차별)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2011년 단체협약에 앞서 산하노조에게 개별노조의 자율교섭 요구를 원칙으로 하되 자율교섭을 이용해 사측이 '어용'노조를 지원할 경우 이를 면밀히 조사하고 체증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재계는 "단수노조만 허용하는 지금도 단체교섭을 타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30%를 넘는다"며 "개별교섭을 허용할 경우 1년 내내 교섭을 해야 하고 노조간 선명성 경쟁으로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총은 올해 회원사들에게 내려보낸 임금협상 지침에서 ▦교섭창구단일화 미참여 노조와의 교섭거부 ▦교섭단위 분리시 협상 중지 등을 요구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미 금속노조나 보건의료노조 등은 올해 단체교섭 지침으로'개별교섭'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노조법이 규정한 창구단일화제도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대 교수는 "복수노조가 난립하면 사용자의 교섭비용도 증가하고 노조도 교섭력이 분산되므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시행은 합리적이라 본다"며 "일단 제도를 시행해 본 뒤 소수 노조의 권리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 노조 교섭권 보호는 명분이고, 양대 노총은 전임자 임금 확보나 현행 노사관계 유지 등 다른 목적의 달성을 위해 창구단일화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기존 노조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를 내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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