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들의 부당한 등록금 사용 실태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내 사립대 재정의 4분의 3 정도가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비로 부속병원 직원의 월급까지 주거나 교직원들에게 규정에 없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대학별로 많게는 연간 수백억원까지 부당지출이 관행처럼 벌어지고 있다.
교과부가 최근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2010년 사립대학 회계 및 종합감사' 자료를 본보가 9일 분석한 결과 감사 대상 22개 사립대 가운데 관동대가 최근 4년 간 875억5,404만원의 교비를 부당지출한 것이 적발된 것을 비롯해 남서울대 816억7,632만원, 경복대 316억5,865만원, 한양여대 236억988만 등을 부당하게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교과부는 최근 5년 간 회계 및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 중 추첨으로 22개 대학을 선정, 감사를 실시했다. 교과부는 사립대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는 1980년대부터 매년 3~5개 대학씩, 회계감사는 2004년부터 매년 20개 대학 정도씩 해오고 있다.
22개 사립대의 교비 부당지출 액수는 총 2,695억6,017만원이었다. 이번 감사가 4년 간의 회계자료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므로 대학별로 매년 평균 30억6,318만원을 부당지출한 셈이다. 이들 사립대의 평균 학생 수를 1만2,000명으로 계산하면 학생 1명당 1년간 등록금 26만원이 본래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된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사립대 교비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4.6%에 이르며, 재단 전입금은 9.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 결과 관동대의 경우 2008년 기숙사를 증축하면서 같은 명지학원 재단 산하 명지건설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창문 시공을 하지 않아 공사비가 8,000만원가량 줄었는데도 명지건설에서 돌려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법인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의 인건비 29억9,000여만원도 교비에서 지출했다. 관동대는 현재 명지건설의 대출금 668억400만원과 명지병원의 대출금 100억원 등 768억여원에 대해 학교법인의 예금을 담보로 제공한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교과부는 이들 대학 중 학교건물 임대보증금 6,000여만원을 횡령한 대구가톨릭대 교직원 A씨 등 7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고, 법인 이사장과 대학 총장 등 관계자 수백명은 주의 및 경고 조치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대학들이 종합감사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과부에 따르면 성균관대가 1991년, 한양대가 2007년 종합감사를 받았을 뿐 다른 주요 사립대는 아예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국립대는 5년마다 종합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립대는 이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이번에 적발된 대학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등록금 누수 현상은 거의 모든 대학에 만연해 있다"며 "교과부가 철저한 감사에 나서지 않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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