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건설사도 2,000억~3,000억원 펑크 나면 버티기 어렵잖아요. 이제는 건설사 이름만 믿고 대출해 줄 수가 없습니다."(시중은행 임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금융권은 PF 문제에서만큼은 최대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PF 신규대출을 가능한 자제하고 기존 대출도 적극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것. 부동산 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06~2007년 전후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대출 공세를 벌이던 때와는 딴판이다. 2007년 당시 PF는 지금과 달리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1%도 안 되는 유망 사업 분야였다.
그러나 2011년 은행권은 가계ㆍ주택담보 대출부문에서는 외형 경쟁까지 벌이면서도 PF대출에서만은 최대한 보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2008년말 52조5,000억원에 달했던 18개 은행의 PF 대출 잔고가 올 3월말 현재 31%가 줄어든 36조 5,000억원까지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용도 높은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사업은 신속하게 처리해줬는데, 요즘은 분양 가능성까지 꼼꼼히 챙겨보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PF 문제에서만은 여전히 관리모드 상태에 있다"며 "분양자를 미리 확보한 사업이나, 대형 건설사가 신용보장을 하면서 분양 보증을 해 주는 조건에서나 대출을 해 준다"고 밝혔다. B은행 담당 임원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건축이나 대형 건설사의 보증이 있는 정도를 빼면 PF 대출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사 절차도 깐깐해졌다. C은행 PF 담당자는 "10건 신청이 들어오면 한두 건도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고, D은행 담당자는 "보수적으로 심사를 하다 보니 PF 대출 신청 자체가 줄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리스크 관리에 민감한 외국계 은행은 사실상 PF 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2007년 이후 PF 대출 잔고가 전혀 없고, SC제일은행 역시 잔고가 7,486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나 보험사 역시 최대한 PF 대출을 자제하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PF 사태를 거치며 신규 대출 심사 절차나 불량 사업장을 걸러내려는 노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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