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도 사교육으로 학부모들의 등골이 휠 지경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한국을 능가하는 미국의 명문사립학교의 과외열기를 9일 소개했다.
리버데일컨트리고교의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주당 100분의 과외교습을 시키며 750~1,50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사교육에 쓴 총 비용은 3만5,000달러(약 3,800만원)로 학교에 낸 연간 등록금(3만8,800달러)과 맞먹는다. 사실 올해는 약과다. 지난해엔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준비에 50분당 425달러, 스페인어와 수학에 시간당 각각 150달러, 악명 높은 학제간 코스인 '컨스트럭팅 아메리카' 과목에 50분당 375달러를 추가로 지불했다. 학교 방침이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학부모는 지난해 쓴 과외비가 "여섯 자리(10만달러 이상)를 찍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SAT에 대비해 사교육을 받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과목별 개인 교습은 새로운 현상이다. 리버데일컨트리 고교에서 두 자녀를 졸업시키고 '프라이빗 스쿨 인사이더'라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샌디 배스는 "사립학교에서 한 과목도 과외를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고 털어놨다.
고액 과외비의 주범은 심화된 대입 경쟁이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면 문학은 적당히 해도 괜찮은 시절은 끝났다는 것이다. IHT는 "지금은 학생이 펜싱, 체스, 나무공작, 바이올린 등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의 저자 빅토리아 골드만은 "예전엔 'B'가 괜찮은 점수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까마득한 사실이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것은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달톤고교의 학부모회장 래리 로스는 "돈만 충분히 있다면 왜 아이들을 위해 쓰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통합인문학이나 '컨스트럭팅 아메리카'처럼 과외를 받지 않고는 아예 진도를 따라가기 힘든 과목들 때문에 학부모들이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지갑을 열 수밖에 없다.
학교가 대입합격률을 의식해 사교육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미국의 교사들은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의 재학생을 제외하곤 개인 교습을 할 수 있다. 달톤고교 같은 경우 재학생에게 다른 학교의 교사를 알선하기도 한다. 과외로 재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질수록 학교의 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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