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베트남 등 주변국 간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베트남 해커들 사이의 사이버 전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9일 홍콩 밍바오(明報)에 따르면 베트남에 근거를 둔 해커집단들은 8일 오전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정부 사이트를 해킹해 메인 화면에 중국어로 “베트남인들은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베트남의 해양과 하늘, 나라를 보호할 것”이라는 문구를 띄우고, 영어로도‘황사군도(黃沙群島)는 베트남의 땅’이라는 글을 남겼다.
최근 구글의 지메일(Gmail)을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해커들도 베트남의 선제공격에 좌시하지 않았다. 8일 오후가 되자 베트남 외교부 사이트 메인 화면은 해커들의 공격으로 먹통이 된 채 중국 오성홍기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중국 국가가 연주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마디로 중국과 베트남 해커간의 복수혈전이 펼쳐진 셈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은 앞으로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칫 충돌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소속 지진대 탐사선 빙밍 2호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자 200해리 대륙붕 지역에서 탐사 작업을 하던 중 중국 순시선 3척에 의해 탐사기기가 파괴돼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중국의 대형 심해 시추플랫폼인 해양석유 981이 이르면 내달 남중국해 심해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작업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양국 간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주간지 랴오왕(瞭望) 최신호에 따르면 해양석유 981은 중국해양석유(CNOOC)가 60억위안을 들여 건조한 대형 시추장비로, 순시함의 호위를 받으며 동중국해로 항해하고 있으며 7월 본격적인 탐사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베이징(北京)의 외교 전문가들은 탐사작업이 본격화하면 영유권 분쟁은 한층 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필리핀 정부는 중국 선박이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것은 필리핀의 국가이익을 훼손하고 지역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는 지난 5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베트남 시민 300여명이 참여한 반중 집회가 열려 “중국은 베트남 섬들에 대한 침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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