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계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모조리 미국경제에 대해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특히 피치는 미국이 국채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 투기등급으로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동부지역 일대에서 경기 둔화세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진입했던 미국 경제가 또다시 더블딥의 기로에 놓인 양상이다.
피치는 8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차입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아 8월 중순까지 국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현재 최상위인 미국 국채 등급을 한꺼번에 투기등급 수준으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8월 2일까지 미 의회가 차입한도 상향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고 ▦같은 달 4일 만기 도래하는 300억달러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해당 국채의 등급을 ‘AAA’에서 투기등급의 4번째 등급인 ‘B+’로 13단계 강등할 것이며 ▦같은 달 15일 270억달러 국채 및 250억달러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 모든 미 국채 등급을 ‘B+’로 떨어뜨리겠다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피치는 특히 “미 정부가 일시적 디폴트 이후 채무를 다시 이행할 경우 국채 등급이 회복되긴 하겠지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최고등급(AAA)으로는 복귀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연방정부의 차입한도가 꽉 찬 상태로, 의회가 한도확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한도확대는 계속 지연되고 있어, 피치의 이번 경고는 미 의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Fed는 이날 지역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경기동향을 종합해 공개한 ‘베이지북’에서 “뉴욕과 시카고, 애틀랜타, 필라델피아 등 미 동부 4개 지역 연준 관할에서 성장세가 약화됐다”고 밝혔다. 올 들어 전 지역에서 보여온 고른 회복세 양상이 막을 내리고 일부 지역에서 둔화세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이날 뉴욕증시는 또 다시 하락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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