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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현대·기아차, 거침없다… 끝이 없는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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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현대·기아차, 거침없다… 끝이 없는 질주

입력
2011.06.0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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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 회장

"현대차 브랜드에 자부심을 갖고 판매에 임해 달라."

정몽구 회장이 지난달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그룹 본사를 방문한 중국 딜러들에게 한 말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톱3를 넘보는 자동차 메이커의 선장다운 자신감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하지만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오늘날 현대ㆍ기아차의 위상을 점친 이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 현대ㆍ기아차는 211만대 판매로 글로벌 11위에 그쳤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3%도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는 '저품질의 싸구려 차'라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일부에서는 당시 세계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를 따라 대형 업체의 지역 파트너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2000년 9월 기아차를 인수하고 자동차전문그룹 출범을 표방했을 때도 세인들은 오히려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았다. 당시 정회장은 "10년 뒤 세계5대 자동차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꿈은 이뤄졌다.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74만대를 판매,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랐다. 도요타(842만대) GM(839만대) 폭스바겐그룹(714만대) 르노-닛산(670만대)에 이은 순위다. 혼다, 닛산, 크라이슬러 등 10년 전에 넘보지도 못했던 회사를 제친 것이다.

올해는 또 다른 꿈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도요타를 누르고 글로벌3 진입하는 것. 실제로 최근 일본 언론들은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요타가 생산,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현대ㆍ기아차가 GM, 폴크스바겐에 이어 3위 등극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물론 올 1분기 판매량만 놓고 보면 아직은 현대ㆍ기아차가 도요타에 50만대가량 못 미친다. 하지만 3월 대지진 피해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하다. 차가 없어 못 팔 정도로 현대ㆍ기아차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경이적인 판매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시장점유율 9.4%를 기록했다. 마의 10% 점유율을 눈앞에 둔 것이다. 도요타의 간판차인 캠리와 코롤라는 현대차의 쏘나타와 아반떼(현지 판매명 엘란트라)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미래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현대ㆍ기아차는 세계 정상급 기술을 뽐내고 있다. 두 차에는 현대ㆍ기아차의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이 녹아 있다. 도요타와 GM 등이 사용하는 복합형 대신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것. 이 기술을 사용한 덕분에 두 차는 ℓ당 21㎞의 연비를 자랑한다.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ℓ당 19㎞)를 뛰어 넘었다.

이제 정 회장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인수한 현대건설을 반석 위에 올려 놓는 것. 그는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건설을 자동차, 철강과 함께 미래 3대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녹색의 자원순환형 그룹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아버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산업화 기틀의 기둥이었듯이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현대차그룹을 키워 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룹 시너지 효과의 첫 시험대는 브라질 고속철 사업. 아랍에미리트(UAE)원전 총사업비의 절반 정도인 22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인데, 현대차 그룹의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엠코 등이 콘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다음달 선정을 앞두고 정 회장은 수주를 위해 진두지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마르코 아우렐리우 스팔 마이아 브라질 하원의장을 만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 2월 현대차의 브라질 공장 착공 시 쌓은 현지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대외 활동 속에서도 그는 시간을 쪼개 현장을 찾는다.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사도 대상이다. 2만여 개의 부품이 모여 차 한대가 완성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협력사에 찾아 가면 그는 직접 납품 부품의 품질을 점검하고 협력사의 애로사항도 듣는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은 지난 3월 대기업 중에는 처음으로 1,585개의 협력사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 약 1조원 가량의 직간접 자금 지원과 함께 협력사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약속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 중에 정 회장처럼 직접 자동차를 분해해서 주요 부품 품질을 점검할 수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며 "그의 전문성과 저돌적인 경영 방식이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조용하면서 강하다" 정의선 리더십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린 2011 북미 국제 오토쇼(NAIAS)에서 현대차는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했다. 바로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이를 발표한 인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그는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 넘는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글로벌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사자후(獅子吼)를 쏟아냈다.

이 밖에도 정부회장은 각종 국제모터쇼에 정몽구 회장 대신 참석, 대내외에 얼굴을 알리고 있다. 이미 해외에는 그의 경영 수완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최근 K시리즈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아차 때문. 2003년 정 회장이 아들을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로 보냈을 때, 재계에서는 "정회장이 경영 수업을 너무 세게 시키는 것 아니냐" "호랑이 새끼 교육방식이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회장은 2006년 기아차 사장 재직 시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당시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또 K5, K7의 품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시로 남양연구소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품질 경영에 디자인 경영을 더한 승부수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기아차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브랜드가치가 극적으로 급성장 회사로 꼽힌다.

그는 가풍에 따라 아버지 옆에서, 표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서는 그래서 더욱 그의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실제로 그와 대화를 나눈 이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3세 경영인 답지 않게 겸손하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최근 그의 인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급성장한 회사의 내실을 기하자는 것. 업계 관계자는 "인재를 구하고 어떻게 쓰느냐는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정부회장의 조용한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 현대·기아차, 전문성 갖춘 9명의 부회장이 '톱니바퀴 보좌'

현대ㆍ기아차에는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해 9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들은 모두 분야별 전문성과 강한 충성도를 갖췄다는 특징이 있다.

설영흥 부회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착공에 들어 간 현대차 베이징 3공장 공사 업무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폭넓은 중국 인맥을 인정 받고 있다. 이정대 부회장은 그룹내 대표적 회계통. 그룹 전반의 경영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신종운 부회장은 품질총괄본부를 이끌며 정회장의 품질 경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의 리콜사태 이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글로벌 공장의 품질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김용환 부회장은 기획조정실 담당으로 항상 지근거리에서 정회장을 보좌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에 기여한 공로로 정회장의 신임이 더욱 높아졌다. 양웅철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산업인 친환경차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경쟁업체에 비해 친환경차 개발에 뒤늦게 참여한 만큼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윤여철 부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노무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타임오프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이어 올해 현대차 타임오프제의 원칙적 시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최한영 부회장은 현대차 상용차 부문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중소형 트럭인 마이티의 중남미 시장 진출에 이어 중국 난쥔기차와 합자계약을 체결하는 등 점차 해외시장 판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형근 부회장은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K5의 해외시장 판매에 골몰하고 있다. 또 프라이드 후속 모델인 신차 UB의 성공적인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계열사에는 4명의 부회장이 있다. 김창희 현대건설 부회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최근 인수한 현대건설의 조직을 안정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부회장은 부품 품질 유지와 함께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철사업 쪽에는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김원갑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이 있는데 전문성에 대한 정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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