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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금융지주 "금융지주 위상 이제부터 진검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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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을 향한 새로운 도전/ 금융지주 "금융지주 위상 이제부터 진검승부"

입력
2011.06.0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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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지주 리더들

국내에 금융지주회사가 등장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신한, 하나, KB, 산은 등이 차례로 지주회사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터 닦기에 불과했다. 말이 금융지주였지 은행 비중이 90%를 넘나드는 현실에서 자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간 마찰이 빈번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카드사 분사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5대 지주사를 이끄는 회장들은 지난해부터 차례로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에 성공한 상황. 자칫 발을 헛디뎠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한다. 작년에야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은행 순익이 줄긴 했지만, 해마다 은행의 순익 기여도는 95% 안팎에 달한다. 아무리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지만, 비은행 계열사들과의 극심한 격차가 지속된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어 회장의 판단. 그래서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비중을 3년 내에 3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3월 초 분사한 KB국민카드는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KB투자증권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개인 고객 확보에 매진한다는 계획. KB생명 역시 대면채널 확대를 통해 종합 생명보험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어 회장이 은행 부문에서 주력하고 있는 것은 신규 수익원 창출과 미래 고객 확보. 대학생 중심의 신개념 은행점포 '락스타존(樂star Zone)' 개설에 그가 직접 발벗고 나서거나, 대기업 고객 유치를 위해 15대 대기업 총수들과 릴레이 면담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화의 향방에 따라 우리금융의 미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에 앞서 차별적 경쟁력을 갖춘다면 어떤 방식의 민영화가 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게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판단이다. 이 회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안이 실현되면 우리금융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고객 응대와 영업력 향상 등 맡은 업무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회장이 이를 위해 내세운 그룹의 생존전략이 '원두(OneDo) 혁신'. 조직, 인력, 업무 프로세스 등 모든 측면에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어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저비용 고효율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무수익여신 감축 등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경영진이 전면 교체되는 홍역을 치른 신한금융은 올해 제2의 출발선에 서 있다. 한동우 회장은 취임 이후 신한금융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외부인사는 물론 전문 컨설턴트까지 두루 참여하고 있는 상황. 취임 100일이 되는 7월 초쯤 그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 논의가 한창이지만, 대대적 개혁안이 담길 것이라는 게 신한금융 측 설명. 한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또 될 만한 사람이 후계자가 되는 구도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와 함께 신한금융의 새로운 경쟁 원천인 '신한 2.0'을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뢰 회복, 성장 동력 발굴, 미래 투자 확대, 조직 활력 등이 핵심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200조원 가량인 자산 규모를 300조원대로 끌어 올려 다른 지주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과 동시에, 외환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를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하나금융이 '글로벌 톱 50'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 두 은행의 장점을 활용한 시너지 창출로 사업부문별로 시장점유율을 1, 2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워 놓았다. 또 '투 뱅크'체제 하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기업 문화의 점진적 통합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역시 우리금융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회장 자리를 맡을 당시부터 그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메가뱅크 구상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던 상황. 뚜껑은 열어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우리금융 인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산은금융은 우리금융 인수 후 일단 상장을 한 뒤 시간을 두고 합병에 나선다는 방침. 이와 관련, 강 회장은 최근 직원 설명회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더라도 당분간 합병하지 않고 투 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을 갖고 글로벌 무대에서도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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