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향후 100년 지속 성장의 주춧돌을 놓는 원년으로 삼겠다.'
한국 재계의 올해 화두는 '오너 책임경영 체제 구축'과 '신수종사업 발굴' 등 두 가지로 집약된다. 주요 대기업들이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창업 일가의 3세를 경영 일선에 내세우고 있고, 이들이 신성장동력 발굴과 과감한 투자 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이는 올해를 2020년을 향한 새로운 시작이자,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첫 해로 보기 때문이다. 사실 단단한 리더십으로 무장된 오너 경영의 장점은 2000년대 초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에 졸업할 때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내면서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도 오너 경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오너 3세들이 몸소 실적으로 증명해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무엇보다 일사분란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승진이나 자리이동을 통해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창업 100년이 넘은 두산그룹에선 오너 4세들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동시에 재계는 일제히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신수종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바이오ㆍ헬스ㆍ발광다이오드(LED)ㆍ태양광 등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던 삼성그룹은 최근 전라북도와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송도국제도시 내에 바이오ㆍ제약기지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차그룹은 병렬 하이브리드 기술을 필두로 한 친환경차 분야에서의 세계 정상급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3' 자동차업체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고, SK그룹은 신성장동력에 집중하기 위해 계열사간 지분 매각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에까지 나섰다. 이들 외에도 대다수 기업이 정관에 새로운 사업 분야를 명기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책임경영 강화와 신수종사업 발굴 및 투자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친환경에너지 개발 사업이나 헬스케어 사업 등에 집중하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10~30년을 내다보는 장기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영성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쉽지 않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한 오너 경영체제가 갖는 한계점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한 자릿수 지분만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전체 계열사에 대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오너의 잘못된 판단이나 과욕이 자칫 그룹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영역에 대한 과도한 진출 등으로 사회적 비판을 자초하기도 한다.
대기업의 경제ㆍ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너 경영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견해가 여전한 건 이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야심찬 마스터플랜을 내놓은 각 기업들이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한 이유를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증명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경영 마인드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오너 3,4세의 등장이 상명하복이나 일사분란함보다는 창의력과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상황과 부합하면서 한국 경제의 글로벌 존재감을 한층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경제ㆍ산업부는 창간 57주년을 맞아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각 기업과 금융기관의 핵심 경영진이 미래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앞으로의 10년이 새로운 10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통해 우리의 미래 세대가 세계 속의 주역, 당당한 글로벌 리더로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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