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KT회장
"융합의 시대가 한국 IT산업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5월 KT와 KTF 합병 2년 만에 이 말을 다시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KT 임직원은 잠시 술렁였다. 2년 전 합병 기자회견 당시 했던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KT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일반적인 얘기로 듣고 넘겼는데 돌아 보니 이석채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자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어찌 보면 KT는 융합(컨버전스)의 산물이다. 2009년 1월 이사회 결의 후 속전속결로 3개월 만에 이뤄낸 KT와 KTF 합병, 이듬해 1월 이석채 KT 회장 취임과 동시에 연공서열 파괴한 인사, 외부인사 전격 영입, 여성 임원 대폭 확대 등 조직 정비와 함께 내부 혁신을 꾀했다. KT는 합병으로 유무선 네트워크를 얻었다. 그 덕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스마트폰 데이터량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KT의 향후 키워드 역시 그룹 차원의 컨버전스다. 계열사인 BC카드, 금호렌터카, KT텔레캅 등과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라이프(Smart life)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안의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부터 근거리무선통신(NFC)를 활용한 모바일 카드 결제, 스마트폰이 출입을 선별하는 보안 서비스까지 우리 일상 구석구석에서 스마트폰이 활약하는 날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는 인구의 절반이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무선인터넷(와이파이) 3만 개소 구축, 서울과 5대 광역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 제공이 그것이다.
국가경제 발전과 고객 감동도 이석채 회장이 습관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아이폰을 국내 첫 도입해 폐쇄적이었던 모바일 시장을 개방의 패러다임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국내에서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었던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한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는 스마트폰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
쏟아져 나오는 응용프로그램(앱) 개발 욕구에도 적극 대응했다. 앱 개발자들의 연구ㆍ개발 환경과 해외 판로 개척까지 KT는 모바일 에코 시스템 정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KT는 3월 중국 일본과 제휴해 국내 앱 개발자들이 해외 시장에 손쉽게 진출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표현명 KT 사장은 "개발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국가경제와 KT 고객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KT의 지원은 제2의 벤처 창업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아이폰 도입 후 국내 30세 미만이 새로 세운 회사는 32.4%나 많아졌다.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KT는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가로채지 않고,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지양하며, KT로 인해 중소기업의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2년 동안 KT와 해외 시장에 공동 진출한 협력사도 37곳에 달한다.
이밖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장려하는 클라우드컴퓨팅 기술 상용화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올해 말까지 KT 업무의 70%를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u클라우드 서비스는 현재까지 700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이제 KT하면 올레를 떠올린다. 지난 2년 동안 KT는 만년 2위 사업자 이미지를 벗고 개성이 있는 올레 KT로 거듭났다. 브랜드 인지도가 10% 가까이 오른 것도 KT가 추구하는 가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KT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 가입자당 매출 감소(ARPU) 등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통신 외 다른 영역과의 컨버전스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KT은 지난 2년간의 성과에 힘입어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그 동안 지켜온 컨버전스, 국가경제발전, 고객감동 철학을 바탕으로 비통신 영역과의 이종 컨버전스를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KT'로 비상하는 꿈을 펼쳐가고 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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