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서울에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가 한 층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장소가 너무 좁아 이전장소를 찾았지만 장애인시설이라고 빌리기가 어려워 일반주거지역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의 그린벨트 내 주택을 매입하려고 합니다. 가격도 일반주거지보다 30% 이상 싸고 여러 가지로 여건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 집이 장애인복지시설로 용도변경이 안 된다고 합니다. 고아원, 양로시설, 종교시설로는 가능하지만 장애인시설은 안 된다는 것이지요. 저희는 생활시설도 아니고 낮 동안만 이용하는 주간보호시설인데 그래도 안 되는지요?
답변= 평소 국토해양 행정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신 점 깊이 감사 드리며, 귀하께서 질의하신 사항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주택을 고아원, 양로시설 또는 종교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행위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행위를 할 수 있으나, 주택을 장애인복지시설로 용도변경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지 아니함을 알려드립니다.
최근 국토해양부 홈페이지를 통해 주고 받은 한 장애인 시설원장과 국토해양부 담당자간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그린벨트에 있는 주택은 고아원, 양로원, 종교시설로 전환은 되지만 장애인시설로는 전환이 안돼 장애인시설들이 자리를 찾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
국토부는 장애인 시설장의 하소연을 시행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단칼에 자르면서도, 왜 이런 부당한 사항이 고쳐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없었다. 무성의한 답변 말미에 덧붙인 "다시 한번 우리부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를 드리며,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은 마치 약을 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국토부에 이런 민원을 제기한 서울시내 장애인 시설 A원장은 사비를 들여 14명의 지적 장애인들을 돌보며 이주할 곳을 찾고 있지만, 국토부의 규정에 걸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구청에서도 처음에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가 국토부 규정을 보고 돌아섰다. 장애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이런 일을 겪고 찾아보니 이전에도 같은 이유로 억울함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더라"며 "그런데도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니, 국토부나 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2006년에도 남양주시 인근의 장애인 시설이 이 규정 위반으로 쫓겨나 문제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그 후 6년째 국토부는 규정을 바꾸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 부에도 부당함을 호소하는 장애인 시설들의 민원이 쌓여있다"며 "국토부에 규정을 바꿔 달라고 여러 번 요구했지만 매번 그럴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답답해 했다. 국토부가 복지부 요구를 거부한 이유는 장애인 시설을 허가하면 다른 단체들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시설은 대표적인 약자들을 위한 시설이고 이미 고아원, 양로원뿐 아니라 종교시설까지 허가한 상황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에 어떤 이유에서 거부됐는지는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식 문서로 민원을 제기하면 검토해볼 만은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행령 개정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이미 수많은 민원이 제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복지부동(伏地不動)의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많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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