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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대덕연구센터 가보니…"수십번 설계·실험 반복 수천억 넘는 선박 탄생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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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대덕연구센터 가보니…"수십번 설계·실험 반복 수천억 넘는 선박 탄생의 시작"

입력
2011.06.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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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세계 조선업계에 큰 사건이 터졌다. 삼성중공업이 세계적 오일 메이저 로열더치셸로부터 '바다 위 LNG 공장'이라 불리는 3조2,000억원짜리 초대형 선박 LNG-FPSO(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원유저장하역설비)의 최종 계약을 따낸 것. 이 배는 2016년쯤 호주 북서부의 프렐류드 가스전 개발에 투입되는데 육지에서 200km 떨어진 바다에서 LNG의 생산, 액화, 저장, 하역 임무를 맡는다. 길이가 축구장 4개를 이어 붙인 것보다 큰 488m. 탱크를 모두 채웠을 때 무게가 60만톤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 구조물이다. 세상에 처음 등장할 이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대전의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 대덕선박연구센터를 찾아갔다.

1997년 문을 연 이 곳에 대해 서종수 상무는 "1대가 수천억 원이 넘는 배를 만드는 과정은 최소 2~3년 걸리는 대역사인데, 그 첫 단추를 꿰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초대형 예인 수조였다. 길이 400m, 폭 14m, 깊이 7m의 이 수조는 일부 군함 제작용 수조를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용 상업 수조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선박의 30분의 1 크기로 만든 모형 선박을 초속 18m의 속도로 운행하면서, 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 파도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을 살핀다.

현재 국내에서 자체 수조를 운용하는 조선회사는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두 곳뿐. 선형연구를 담당하는 안성목 수석은 "새로운 배를 만들 때마다 수십 번 설계를 바꾸고 실험해야 하는데 외국 연구소에서 가서 눈칫밥 먹으며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며"연구소에서 설계와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옆에는 공동수조 실험실이 있다. 650톤의 물이 고속으로 돌고 있는 이곳에서는 선박의 진동에 큰 영향을 끼치는 프로펠러 주변의 공기막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휴대전화나 TV 처럼 시제품이 없는데도 배 하나 잘못 만들어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라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서 상무는"15년 동안 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와 거제 조선소에서 실제 만든 배로 진행한 시범 운행 결과를 철저히 비교ㆍ분석하고 있다"며"두 결과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게 기술력을 높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한 편에는 나무로 만든 갖가지 모양과 크기의 모형 선박들이 쌓여 있었다. 서 상무는 "보통 모형 선박 1개를 만드는 데 3주의 시간과 1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15년 연구소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엊그제 400호 배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특히 1996년 수주한 드릴십의 첫 모델이 눈에 띄었다. 유전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데 쓰이는 이 배는 최근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에 소규모 드릴십이 몇 척 있었을 뿐 대형 드릴십 시장을 연 것은 삼성중공업이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도 56%로 압도적 1위이다. 안성목 수석은"최근 유전개발 지역이 극지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얼음 덩어리가 떠다니는 북극해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게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견딜 수 있는 내빙 설계를 적용한 극지방용 드릴십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부가가치선인 LNG 수송선 제작기술 역시 이 회사가 가장 앞서고 있다. 서 상무는 "LNG-FPSO처럼 배 위에 떠 있는 해양구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해일, 허리케인에도 흔들리거나 부숴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선박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전 세계적으로 선박운항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조선업계의 필수 과제"라며 "선형, 연료저감장치 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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