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가 엊그제 뜨거운 여름이 코앞에 왔다. 수박과 참외, 토마토 등 여름 과일이 벌써 제철을 만났다. 과일들은 더위와 갈증을 한 순간에 날려 보내 '여름 사냥꾼'으로 불린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고 생각되는 여름 과일이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은 아니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몸 안의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진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는 여름 과일과 채소는 독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칼륨, 콩팥병 환자에게 독
흔히 '여름을 탄다'는 사람은 여름만 되면 쉬 피로하고 힘이 없어진다. 우리 몸의 칼륨이 부족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건강한 여름을 나려면 칼륨 섭취는 필수다. 특히 칼륨이 많이 함유된 과일과 채소는 가장 기본적인 먹을 거리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 특히 콩팥 기능이 절반 이상 망가진 환자가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생명을 앗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 환자들은 보통 사람과 달리 콩팥을 통해 배출되는 칼륨 배설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근육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에 부정맥이 생기고, 심하면 심장이 멎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물 많이 마시면 콩팥병 환자 저나트륨혈증 위험
기온이 올라가면 땀이 많이 나 탈수 위험이 늘어난다. 그런데 여름철 탈수는 물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만성 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의 전해질 조절능력이 떨어지므로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위험하다.
우선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어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또, 체액의 양이 늘어나고 혈압이 올라가 콩팥에 매우 해롭다. 특히,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는 소변을 통한 수분 배설이 거의 없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몸무게 증가와 폐부종까지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분 섭취를 너무 줄이면 탈수되고 콩팥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 역시 주의해야 한다.
● 만성 콩팥병 환자가 주의해야 할 7가지 수칙
1.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이나 채소 섭취를 피해라.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해로운 칼륨은 과일과 채소 종류에 따라 함량이 다르다. 바나나, 참외, 토마토보다 포도, 오렌지, 사과에 칼륨이 적다. 채소도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에는 칼륨이 많다.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에는 적다. 그리고 줄기보다 잎에 칼륨이 적다.
2. 과일은 통조림 과일을, 채소는 데쳐 먹고, 국은 가급적 삼가라. 과일이나 채소를 물에 담아 놓거나 데치면 칼륨이 물로 빠져 나간다. 때문에 과일은 통조림 과일이
생과일보다 칼륨 함량이 적고 채소도 물에 삶거나 데친 뒤 먹으면 좋다. 채소도 가급적 잘게 썰어 재료의 10배 정도 되는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놓았다 새 물에
몇 번 헹궈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칼륨의 30~50%를 줄일 수 있다.
3. 주식은 흰 밥으로 먹어라. 곡류 중 흰 쌀보다 현미, 보리, 옥수수, 찹쌀 등에 칼륨이 많다. 도정이 덜 된 곡류에도 칼륨이 많다. 고구마, 감자, 토란, 밤, 땅콩에도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으며, 노란 콩에 검은 콩보다 칼륨이 월등히 많다(50g 당 670mg 대 84mg). 녹두, 팥에도 칼륨이 많다. 우유에는 두유보다 칼륨이 월등히 많다(200g 당 296mg 대 18mg).
4. 조리 시 저나트륨 소금은 피해라. 만성 콩팥병 환자는 흔히 부종이나 고혈압을 같이 앓으므로 저염 소금이나 저염 간장을 쓰면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에는 나트륨 대신 칼륨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5. 과일과 채소주스, 녹즙은 피해라. 콩팥병 환자가 과일과 야채주스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과일과 야채에는 칼륨 함량이 높으므로 고칼륨혈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근육 힘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심장에 부정맥이 생기고, 심하면 심장이 멎는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콩팥 기능이 정상의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심한 만성 콩팥병 환자는 고칼륨혈증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즙도 삼가는 것이 좋다. 그 외 음료 중 현미 녹차와 코코아에는 커피보다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100g 당 960mg, 730mg, 65mg).
6. 물을 한 번에 많이 마시지 마라.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면 갈증이 생긴다. 그렇다고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증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운동한다면 운동 전에 미리 물을 마시고, 운동 중 10~15분마다 120~150ml 정도 섭취하면 좋다.
7. 이온음료와 탄산음료로 갈증을 풀지 마라.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는 장에 흡수가 잘 안돼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 팽만감과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수분과 전해질을 한 번에 보충할 수 있는 이온음료가 좋다. 하지만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이온음료에는 많은 양의 칼륨이 포함돼 있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자료 대한신장학회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