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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세계를 뒤흔들다/ 마른하늘 날벼락 '키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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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세계를 뒤흔들다/ 마른하늘 날벼락 '키코 악몽'

입력
2011.06.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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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0일 1달러=1,101원, 10월 10일 1달러=1,420원.

환율이 그새 그렇게까지 급변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2008년 3월초까지 9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되어 있던 원ㆍ달러 환율은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고삐가 풀리며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

당시 언론은 ▦물가가 오르고 ▦유학생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수출기업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도식적 분석을 내놓았지만, 환율 급등의 가장 극적인 피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터졌다. 바로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라는 생소한 금융상품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키코는 은행과 기업이 사전에 계약을 맺어 예상환율의 상ㆍ하단 사이에서 환율이 정해지는 경우 약정된 가격에 외환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

2007년말과 2008년초 수출 중소기업들은 대거 이 상품에 가입했다. 파생상품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소기업들이 앞다투어 키코에 가입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2005년 초부터 환율이 1,050원 이상 오르는 일 없이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박스권을 유지해 왔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탈)도 탄탄했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수수료가 낮은 키코에 가입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당연히 '합리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검은 백조(블랙스완=환율 급등)가 태어났고, 적은 수수료를 아끼려 파생상품에 손을 댄 기업은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됐다. 키코 계약에는 특정 범위 이상으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계약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달러를 시장 가격에 사들여 턱없이 낮은 가격에 은행에 팔아야만 하는 상황을 맞은 것.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업이 속출했다. 2007년 말 집중적으로 키코 계약을 맺은 유망 전자기기 수출업체 D사는 키코 하나로만 하루 아침에 자산총액(1,886억원)의 15%인 27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존립 위기를 맞았고, 50년 동안 문구명가 자리를 지켜온 알짜기업 M사도 2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LCD 제조업체 T사처럼 이익을 내면서도 키코 후폭풍 한 방에 흑자도산으로 내몰릴 뻔한 곳도 나왔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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