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흥행술사 강우석 감독이 대형 투자배급사 CJ E&M 영화사업부문과 함께 준비하던 영화 '광해, 조선의 왕'('광해')의 연출을 포기했다. 캐스팅과 촬영(7월 시작) 일정까지 확정된 상황에서 감독이 메가폰을 던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충무로 토착 자본의 상징이었던 강 감독과 2000년대 영화계 큰손으로 군림해온 대기업 자본의 대표주자 CJ E&M 사이가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 감독과 CJ E&M 영화사업부문은 2004년부터 전략적 제휴 상태를 유지해 왔다.
강 감독은 8일 전화 통화에서 "신작 '광해'의 연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유는 CJ E&M 측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입장 번복은 없을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광해'는 조선시대 광해군과 얼굴이 똑 같은 한 천민이 왕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일을 그려낸 가상 역사극이다. 강 감독의 생애 첫 사극영화라 화제를 모았다. 강 감독은 "사극은 흥미로운 장르"라며 '광해' 연출에 대해 최근까지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광해' 제작 중단 배경에 대해 충무로에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돌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에 대한 CJ E&M의 지원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불러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CJ E&M은 강 감독이 설립한 시네마서비스의 지분 37.1%를 보유하고 있다. "충무로 파워맨으로 불리는 강 감독과 대형 투자배급사가 영화계 헤게모니를 놓고 벌인 신경전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 감독과 CJ E&M 영화사업부문의 전신 CJ엔터테인먼트는 2004년 멀티플렉스 체인 프리머스시네마의 소유권을 놓고 법정싸움까지 가는 등 격심한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CJ E&M 측은 '광해' 제작 포기가 양측의 갈등설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CJ E&M 영화사업부문의 한 관계자는 "'광해'의 제작 포기 과정에서 강 감독이 서운해 할만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이 불거지진 않았다. 양측은 앞으로 함께 진행할 일이 많고, 관계 훼손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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