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스완의 경제학
#1. 헤지펀드 전문가인 '존 폴슨'은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하기 약 1년 전인 2006년 중반 유럽 투자자들에게서 1억 5,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담보증권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 당시엔 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이 폴슨의 주장에 코웃음을 쳤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590%에 달하는 천문학적 투자수익을 올려 40억 달러의 성과급을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당시 이 돈은 월스트리트 사상 최대 액수의 성과급으로 기록됐다.
#2. 미국 헤지펀드 마그네타 캐피털 역시 같은 기간 회사 보유 자금의 17%를 서브 프라임과 관련된 투자로 구성하면서, 모기지 부실 리스크가 커지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후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던 2007년 초 마그네타는 오히려 6% 넘는 수익과 함께 주가도 3% 가까이 올랐다.
블랙스완을 대비한 역발상 투자로 거액을 손에 쥔 대표적 사례들이다. 뜻밖의 사건과 사고가 금융시장을 덮치면, 투자자 대부분은 패닉 상태가 되기 마련. 하지만 이들에겐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이런 투자 뒤에는 공통적으로 철저한 분석이 뒤따랐다.
예컨대 폴슨은 부동산 시장이 달아 올랐던 2006년 몇 가지 위험 징후를 포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RB)가 단계적으로 금리인상을 하는 것을 보고, 향후 고금리가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을 촉발시켜 주택시장을 뒤흔들거라 판단한 것. 결국 승자는 폴슨이 됐고, 분위기에 휩쓸려 주택 버블에 판돈을 건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단순히 투기적 목적으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시장을 보면, 분석이 뒷받침된 '역발상 투자'보다는, 맹목적인 '한방'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세계1위 규모를 자랑하지만 실상 개인들의 참여가 높고 투기적 성격이 강한 주가지수옵션 시장만 비대하다. 코스피200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로 압도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엔 대박을 노리고 파생상품에 투자한 사람이 옵션만기일 주식시장 혼란을 노려 서울 한복판에 사제폭탄을 터뜨린 사건까지 발생 했다.
이에 대해 한 시장 전문가는 "결국엔 블랙스완의 대비책도 모든 투자의 기본과 맥이 닿아 있다"며 "지표ㆍ자료에 근거한 분석을 바탕으로 분산투자를 하고 위험자산 투자는 현금 여유분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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