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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팀이다, 나는 포수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 경제부처 칸막이 허물기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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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팀이다, 나는 포수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 경제부처 칸막이 허물기 시험대

입력
2011.06.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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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수론'을 역설했다. 야구에서 투수 리드는 물론 내ㆍ외야수의 수비위치까지 지휘하는 포수처럼, MB정부 3기 경제팀에서 정부정책과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

마침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 무산을 놓고 정부의 정책조정능력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부처간 칸막이를 낮추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박 장관의 '포수'역할이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됐다.

개인기보다 팀워크!

박 장관은 8일 취임 후 첫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경제팀 수장으로서 공식 데뷔한 셈. 그는 이 자리에서 장관들에게 팀워크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장관들마다 개인기는 뛰어나지만 국민과 당, 국회를 대하는 단체경기에선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남아있는 (부처간) 칸막이는 더욱 낮추고 주요 현안에 하나의 팀으로 대응하자"고 말했다.

자신은 경제팀에서 포수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장관은 "대통령은 감독, 재정부는 포수가 돼야 한다"며 "조정 역할에 체력이 많이 들겠지만 재정부로서 마땅히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 (전면에 나서는) 투수는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사안마다 다르다"며 "가령 원전 문제에서는 지식경제부, 4대강에선 국토해양부가 투수 격"이라고 답했다.

칸막이 철거

박 장관은 지난달 장관 내정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처간 칸막이 낮추기'를 언급하고 있다. 경제팀의 팀워크를 끌어내려면 칸막이부터 없애야 하고, 자신이 '포수'로서 그 제거작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칸막이 문제를 유난히 강조하는 배경에 대해 그는 "예전 부처 공무원 생활부터 청와대 수석, 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거치며 그런 점을 많이 느꼈다"며 "각 부처마다 가진 모범답안과 영역에 대한 애착도 있겠지만 정책수립 과정에서 양보, 타협 등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제도로 될 문제라기 보다는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고만 했다.

사실 박 장관으로선 '시작부터 스타일을 구겼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말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현행 법 안에서 가능한 방안을 5월 안에 마련하겠다"고 공표하고도 결국 지난주 "약사들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며 불가 방침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재정부나 박 장관과 사전협의도 없었다는 후문. ▦영리의료법인 도입 ▦외국유명학교 유치 같은 다른 서비스산업 선진화 쟁점들과 마찬가지로, 부처간의 이견과 소통부재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다.

토론만으로 해결될까

박 장관은 이날 일단 복지부를 감쌌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사안인 만큼 진통을 겪는 건 당연하다"며 "복지부 입장을 이해한다"고 그는 말했다. "의약품 재분류라는 아주 어려운 논의가 시작되니 재정부도 생산적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최대한 돕겠다"고도 강조했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는 장기 계류중인 서비스업 선진화 방안들이 다시 논의될 예정인데, 재정부에선 ▦국회 벽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보다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시행령ㆍ규칙 등 개정을 우선 추진하는 방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가칭)을 제정해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범부처 차원의 공동행보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부처의 '밥그릇'이 달린 사안들이라 과연 이 정도로 부처간 칸막이를 없앨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선 재정부가 필요할 경우 막강한 '예산권'을 동원해서라도, 부처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해집단의 반발을 극복하고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컨트롤 타워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상비약 약국 외 판매를 둘러싼 '칸막이' 발언들

"의료 서비스산업 선진화 일환으로 일반약 슈퍼 판매 규제를 완화하겠다"

(2009년2월 윤증현 재정부 장관)

"미국 같은데 나가 보면 슈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떠냐"

(2010년12월 이명박 대통령. 복지부 업무보고시)

"여러분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

(1월11일 진수희 복지부 장관. 서울 성동구약사회 총회에서)

"현행법 안에서 가정상비약을 휴일·심야에 약국 이외에서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4월27일 복지부 경제정책조정회의 발표)

"동네 슈퍼 의약품 판매 허용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약사들의 동의 없이는 못 한다"

(5월27일 진 장관)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방안은 복지부가 (재정부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6월3일 재정부 관계자)

"복지부 방안을 언론을 통해 알게 돼 내용을 잘 모른다. 앞으로 지켜 보겠다"

(6월8일 박 장관)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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