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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세계를 뒤흔들다/ 국내 기업들도 '블랙스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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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세계를 뒤흔들다/ 국내 기업들도 '블랙스완 경영'

입력
2011.06.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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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기후대책특별팀'을 꾸린 뒤 민간 기상정보회사와 날씨와 옷의 상관 관계 등을 분석하던 중 한겨울 이상 한파 가능성을 예견하고, 겨울 외투 등을 추가 제작했다. 실제로 한파가 닥치며 일부 겨울 품목의 매출은 2배로 늘었다. 뒤늦게 추가 주문에 들어간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룬 것. 다른 기업들에게는 이상 한파가 '블랙스완'이었지만, 제일모직에겐 기회였다.

예상치 못했던 돌발 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의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블랙스완'은 불확실성의 증대라는 속성상 기업 입장에선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단 위험(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블랙스완들을 오히려 대박의 기회로 삼으려는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은 "가시거리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부터 천재지변까지, 대내ㆍ외 변수와 고민해야 할 사안이 너무 많아 당장 하반기 경영 계획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수출에 의존하는 정도가 큰 우리 기업들로서는 원자재가, 환율, 금리 등 대내ㆍ외 환경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은 리스크 관리가 사업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고 판단, 시장 및 금융 불안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재무건전성 강화 등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원가절감은 물론 물류 효율화 및 구매 합리화, 재고 등의 미세관리와 고부가가치 판매 비중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전 세계 200여개 사업장 임직원들의 준법 경영을 체질화해, 잠재적 위험 요인의 사전 차단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LG의 경우 환율과 유가 및 자연재해 등에 따른 위험 요소에 대비, 계열사별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력사인 LG전자에선 최근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즉시 위기대응상황실을 가동, 현지 판매 법인과 부품 협력 업체의 상황 등을 긴급 점검했다.

포스코는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상 징후 발생시엔 임원회의를 비상경영대책회의로 확대 운영하며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내수가 20~30%나 급감하자 재빨리 감산을 취한 데 이어 하반기 수요 회복 징후가 보이자 곧 바로 증산으로 전환하는 등 시장 변화에 탄력 있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시스템의 덕분이다.

정유, 화학 업계는 화재나 폭발 같은 사고 등에 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일본의 유화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분위기다. 롯데 계열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호우, 폭풍, 지진에 따라 행동 요령, 대응 방안 마련 등이 포함된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대규모 중장비가 즐비한 생산 현장을 운영하는 중공업 업계 역시 무엇보다 자연재해와 사고에 대한 철저한 대비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일본 지진 이후, 지진 대비용 직원 교육 매뉴얼을 만들었다. 지진이나 해일 경보가 울릴 때 각 공장과 생산 단위별로 비상 대피할 수 있는 체계 등도 구축했다.

그러나 앞으론 이러한 소극적 위험 관리에서 탈피, 예기치 못했던 '블랙스완'마저 오히려 기회로 삼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이 시장은 경쟁자도 없는데다 수익성도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미래를 예측할 순 없는 만큼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조직을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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