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앞 '작은 용산'으로 불리는 음식점이자 재개발 농성장이 된 '두리반'의 철거 문제가 8일 타결됐다. 두리반 주인이 강제철거에 맞서 농성에 들어간 지 531일, 단전 이후로 324일 만이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이날 마포구의회 1층에서 재개발 시행사인 남전디앤씨와 이주대책 보장 및 민ㆍ형사상 분쟁 취소 등을 담은 합의문을 교환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양측은 두리반 주인이 현재 자리를 이달 안에 비우고 홍익대 부근 다른 장소로 가게를 옮기면 남전디앤씨 측이 이전 비용을 전액 부담키로 합의했다. 또 남전디앤씨 측이 제기했던 고소ㆍ고발도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소설가이자 두리반의 주인인 유채림씨는 조인식 후 "30여년 간의 투쟁을 통해 주거 세입자들은 어느 정도 권리 보장을 받았지만 용산참사에서 보듯 상가 세입자들은 아직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두리반 합의가 폭력 사태 없이 상가 세입자 권리를 보장하는 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리반은 유씨와 안종녀(52ㆍ여)씨 부부가 운영하는 칼국수 집으로, 2007년 인천공항철도 공사가 시작되면서 건물이 팔려 제대로 된 보상 없이 가게가 철거될 상황에 놓였다. 유씨 부부는 2009년 12월 25일 세 들던 가게 건물을 점거해 투쟁을 시작했고, 홍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시민운동가 등이 교대로 가게를 지켜왔다.
이날 합의에 따라 유씨 부부는 이달 안에 마포구 동교동 41번지의 두리반을 비워주고 홍익대 인근에서 다시 식당을 열 예정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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