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다이아몬드 미국 MIT 교수는 많이 억울할 듯싶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무려 3차례나 그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로 지명을 했는데,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결국 자진 사퇴까지 해야 했으니까.
무엇보다 공화당의 반대 이유가 그로선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명색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다른 이유도 아니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이라니. 공화당 측은 "그가 통화정책을 수행해 본 경험이 있느냐. 그는 연금과 노동시장 이론만 연구해 오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여 왔다. 물론, Fed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장악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공화당이 꼬투리를 잡은 것이라고는 해도, 여하튼 그는 'Fed 이사로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오죽했으면 그가 뉴욕타임스에 '노벨상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때'라는 제목을 칼럼을 썼을까.
이런 미국 중앙은행의 이사 선임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실정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Fed 이사처럼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결정을 담당하는 이들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통위원. 매우 형식적인 기관 추천 절차를 밟아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선임 과정의 전부다. 대통령의 의중이 거의 100%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금통위원 선임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고, 또 무려 1년 넘게 한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놓아도 딱히 손을 쓸 수단이 없다.
물론 Fed 이사 선임을 두고 당리당략적인 대립이 이뤄지는 미국의 행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있기는 한 건지, 금통위원직을 수행하는데 도덕적인 흠집은 없는 건지 등의 자격 검증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나라건 금통위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할 수 있을 정도로.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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