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김 위원장과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며 "북한도 나의 평양 방문을 기본적으로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난달 31일 미 뉴욕 유엔본부의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의제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할 수 있다"는 의지도 밝혔다. 반 총장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긴장이 높아지고, 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한국 정부와 북한과 긴밀히 협의해 도움이 되면 언제든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나는 대화와 교류를 굳게 신봉한다"고 밝힌 뒤 "이런 상태가 오래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 한국이 강경한 대북 입장을 취하는 것에 간접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북한 식량지원 문제에서도 반 총장은 한국 정부와 인식의 차를 보였다. 반 총장은 "북한이 유엔이 제시한 식량지원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국제사회도 응했으면 좋겠다"고 지원의 필요성을 시사한 뒤 "미국도 식량지원을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한국 국민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장기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출마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반 총장은 "정치권에서 내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사무총장의 역할을 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며 "성공한 사무총장을 바란다면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유엔본부(뉴욕)=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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