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카다피 끝내기에 접어든 것일까. NATO군이 이례적인 대낮 공습 등 카다피 관저에 연일 맹폭을 퍼부었다. 유럽연합은 추가제재를 가했고, 대리비아 군사개입에 미온적이던 러시아 중국마저 반카다피 시민군과 접촉에 나섰다.
8일(이하 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NATO는 7일 오전 11시30분부터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관저와 외곽 주요 군사시설을 40여차례 이상 폭격한 데 이어 8일 새벽에도 10여 차례 이상 폭격했다. 이례적으로 대낮 공습이 이뤄진 7일은 카다피의 69번째 생일이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NATO 전투기가 60차례 공습을 감행해 3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NATO의 공습이 강화되고 카다피군과 시민군의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6일부터 6,850명의 리비아인이 튀니지로 탈출했다고 튀니지 국방부는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 후 “카다피에 대한 압박은 그가 물러날 때까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카다피 퇴진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NATO 공습을 비난해온 러시아, 중국도 시민군 접촉에 나섰다.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인 7일 미하일 마르겔로프는 시민군의 거점 벵가지를 방문해 재정적 지원의사를 전달했다. 시민군 장악지역을 러시아 고위관료가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3일 이집트에 주재하는 외교관을 벵가지에 보내 시민군과 접촉한 데 이어 7~9일에는 카다피측 압델라티 알오베이디 리비아 외교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한다.
추가제재도 이어졌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5월 카다피와 차남 세이프 알이슬람 등을 민간인 살상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조만간 카다피를 강제실종(살해로 추정되나 시신이 미발견된 경우)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강제실종 혐의가 적용되는 첫 사례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7일 성명을 통해 해 카다피가 장악하고 있는 트리폴리, 브레가 등 6개 항만 당국을 자산동결 대상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28개 NATO 회원국 국방장관들은 8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이제는 순조로운 권력이양에 대한 계획수립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평화 중재안을 내놓았던 아프리카연합은 8일 카다피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군사적,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카다피는 요지부동이다. 카다피는 7일 오후 국영TV에서 “우리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폭격에 가까이 있지만 여전히 저항하고 있다”는 10분간의 육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한가지 선택만 남아있다. 죽든지 승리하던지 이 나라에 끝까지 남을 것”이라고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육성방송 후에도 부상설을 잠재우지 못하자 카다피는 다시 국영TV에 부족지도자들과 앉아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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