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집회(지난달 29일)→1,000여명 참여(4일 집회)→동맹휴업 예고 및 지방대학 참여(7일)→대규모 촛불문화제(10일).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는 집회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역과 세대를 넘어 확산됨에 따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촉발됐던 촛불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7일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대학 4곳의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동맹휴업 선포는 집회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87년 6월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나섰던 선배들처럼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다 같이 촛불을 들자"며 "하루쯤 수업과 시험보다 밝은 미래, 밝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 광화문으로 갑시다"라고 말했다.
8, 9일 대학별 총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이들은 10일 하루 동맹휴업을 확신하고 있다.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마저 억누른 MB 정부를 향해 등록금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 우리의 목소리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전국 42개 대학들도 이날 선언문을 통해 동맹휴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유명 인사들과 일반 시민들도 대학생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배우 권해효씨는 이날 오후 광화문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반값 등록금은 학생들의 권리'라는 팻말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씨는 "80년대 데자뷔를 느낀다. 많은 이들이 바꾸려 했는데 똑같은 현실을 물려준 것 같아 슬프다"며 대학생들을 응원했다. 집회가 10일째 이어지면서 고등학생과 학부모 등도 눈에 띄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잰 걸음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 MB 정권 대국민 사과 촉구 비상대책회의'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권태홍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 등 정당 노동계 시민단체 인사 2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대표는 "등록금 문제는 신뢰와 생존,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민노당은 정부책임등록금제 법안 등을 제안한 상태로 야당이 함께 공동의 정책을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도 "대학생들은 예비 노동자, 노동자들은 예비 학부모이기에 민주노총이 결코 외면할 수 없으며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학생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박자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생들은 돈을 깎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우리의 교육권을 되찾고자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이행 요구로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9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