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연루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김 전 원장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줄곧 “참고인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조사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지 모른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은진수(50ㆍ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 구명 청탁을 받았는지, 지난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부산저축은행 공동검사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리고 한때 임원으로 재직했던 아시아신탁의 부산저축은행 투자에 관여했는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면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로비와 김 전 원장의 연관성이 대부분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이다. 김 전 원장은 그러나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처럼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현재로선 김 전 원장에게 적용할 만한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위해 현장에 나간 금감원 검사반원들을 철수시키는 바람에 부산저축은행으로 하여금 1주일 동안 검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예고제(검사 1주일 전 해당 금융사에 통보하는 제도)를 지키지 않아 금감원장으로서 정당한 업무지시를 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 혐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해야 성립된다”며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검사 방해 행위가 있었어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신탁이 지난해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 때 9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김 전 원장이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아시아신탁 측은 “김 전 원장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고, 부산저축은행 투자는 회사가 정상 절차를 밟아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직전인 2008년 초 부인 명의의 아시아신탁 지분 4%(4억원)를 사업가인 친구에게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최대 관건은 역시 금품 수수 여부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이나 은진수씨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나 물증은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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