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PC)의 시대는 가고 클라우드 시대가 온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또 다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아이폰도 아이패드도 아닌 '아이클라우드'(iCloud)라는 이름의 서비스다. 이제 기기(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IT서비스 영역까지 출사표를 던졌다.
애플은 7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센터 서관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통해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발표했다. 아이클라우드는 인터넷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보관해 놓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 기기로 이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기존에 구글 아마존 KT NHN LG유플러스 등 국내외 많은 업체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날 애플이 발표한 서비스는 차원이 달랐다.
이날 발표는 병가중인 잡스가 직접 맡았다. 오전 10시 정각, 행사장에 미국 팝가수 제임스 브라운이 거친 쇳소리로 부르는 노래 'I Feel Good'이 요란하게 흘러 나오면서 그가 등장했다. 언제나 그렇듯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흰 운동화 차림의 그가 무대에 오르자 장내는 흥분과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기분 좋네요."암 투병 후유증 때문인지 안쓰러울 정도로 깡마른 잡스는 병세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듯 꺼낸 첫 마디가 입장할 때 흘러나온 곡목이었다. 하지만 카랑카랑한 쇳소리는 예전과 달리 힘이 없었다.
유례없이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는 다른 기기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과시하는 자리였다. 압권은 스티브 잡스가 40분 동안 직접 설명한 아이클라우드.
아이클라우드란 이용자의 전화번호부, 메일, 일정, 사진, 음악파일, 문서, 각종 응용소프트웨어(앱)를 인터넷에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단순 저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형 무선인터넷(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으면 이용자가 갖고 있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킨토시 등 애플이 만든 기기를 스스로 찾아서 자동 전달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바뀐 전화번호를 아이폰에서 갱신하면 덩달아 아이패드와 컴퓨터의 전화번호도 바뀐다. 사진이나 음악, 문서 등 다른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다른 업체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다른 업체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꼭 필요한 이용자가 자료를 인터넷에 올리고(업로드) 내려받는(다운로드) 작업과정이 없다. 인터넷에 올리고 내리는 과정은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 진행된다. 이용자가 일일이 신경쓰게 하지 말라는 잡스 철학의 구현이다. 그래서 그는 "그저 사용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료다. 그만큼 이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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