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광화문의 대형 서점을 찾은 최 씨. 서점 컴퓨터를 이용해 책의 위치와 재고를 검색하는 대신 자신의 스마트폰을 실내 조명 쪽을 향해 꺼내 든다. 그러자 스마트폰이 조명에 입력된 정보를 스스로 해독해 최 씨가 찾고 있는 책의 위치, 가격 정보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2 텔레비전 광고에서 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발견한 김 씨는 스마트폰을 들어 해당 광고 음악을 바로 인식하도록 한다. 즉시 화면에 화장품 가격과 기능, 사용법까지 뜬다. 광고 음악이 배경 음악 뿐만 아니라 정보 전달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빛과 소리로 정보를 전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차세대 무선 통신기술인 가시광통신((Visible Light CommunicationㆍVLC)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끝에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가시광통신은 형광등에서 발산되는 빛이나 발광다이오드(LED)의 가시광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점멸시켜 정보를 보내는 기술. 이를 활용하면 조명 기구의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즉 사람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본래 LED 조명은 초당 100회 이상 깜박거리는 데 그 것의 빈도, 길이 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원리다.
ETRI는 올초 가시광통신을 이용한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11Mbps까지 끌어 올렸다. 이는 700MB 영화 한편을 5분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수준. 지난해까지만 해도 빛을 통해 음악파일(MP3)를 전송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동영상 전송까지 가능할 정도로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만큼 제품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시점이 성큼 다가온 것. 정부는 이달 중 LED 조명업체인 유양디엔유와 장애인 장비제조 기업 모이텍, 자동차 조명업체 이노렉스테크놀로지와 제품화에 따른 필요 기술을 추가로 연구하기 위한 협약식을 체결할 예정이다.
강태규 ETRI 팀장은"유한 자원인 주파수 부족이 현재 현안인데, 가시광 통신은 주파수 대신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한한 주파수를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 산업적으로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설명했다.
빛 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의 경우 소리에 데이터를 심는'사운드 코드(Sound Code)'를 기술을 지난달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정보기술(IT)쇼에서 선보였다. 이 기술은 일종의 음파 통신으로 음악, 광고 배경음악 등 오디오에 추가로 데이터를 삽입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소리를 인식시키고, 관련 응용프로그램(앱)을 실행하면 음파에 녹아 있는 콘텐츠를 읽어 낼 수 있다. 소리에 전화번호,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주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어 차세대 광고 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해 왔는데, 현재는 SK텔레콤 전시관인 티움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음성을 데이터로 바꿔주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들의 경우 라디오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빛과 소리를 바꿔주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산업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특히 빛과 소리 통신을 장애인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주목하면서 장애인들의 생활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이 같은 기술을 산업화하는 기업은 최대 80%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늦어도 5년 안에 기술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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