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존을 자부해 오던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경쟁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뿐 아니라, 중가 업체인 폴크스바겐에도 쫓기는 신세가 된 것. 일부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스스로 최고라는 과거의 틀에 안주,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5월 메르세데스-벤츠는 1,449대를 팔아 폴크스바겐(1,331대)을 간신히 제치고 2위 자리를 지켰다. 1위 BMW(2,014대)와의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 그 동안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매년 1,000대 내외의 차이로 수입차 판매 1, 2위를 다투었다. 지난해에도 600여대 차이로 BMW가 간신히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5월까지 양사의 격차는 3,000여대 차이로 커졌다. 상반기에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셈이다. 글로벌 시장 판매에서도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120여만대)는 BMW에게 20여 만대 뒤졌다. 다급해진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차량별로 가격을 최고 540만원까지 내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 같은 부진은 신차 경쟁에서 밀리는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대표 차급인 S클래스와 E클래스 세대교체 모델이 각각 BMW 7시리즈, 5시리즈에 처지고 있는 것. 최근 변화하는 국내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고유가로 수입차 구매에서도 연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여전히'나홀로' 과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에너지관리공단이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혼다(ℓ당 10.73㎞), 폴크스바겐(10.27㎞), 도요타(10.04㎞), BMW(10.03㎞) 등의 국내 판매 차량 평균 연비는 ℓ당 10㎞가 넘는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은 평균 7.78㎞(15위)에 불과하다.
최근 기업을 평가하는데 있어 제품뿐 아니라 사회 공헌 활동이 중시되고 있는 흐름과도 거꾸로다. 메르세데츠-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1,265억원으로 수입업체 1위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311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수익 대부분을 독일 본국에 배당하고, 사회 기부는 고작 3,056만원에 그쳤다. 수 억원씩 기부하는 일부 수입차 업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과거 전략을 고수할 지, 새로운 신흥 수요에 부응할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민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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