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실현'은 사회인 야구 붐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만 하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30~40대 남성들이'보는 야구'에 머무르지 않고 '뛰는 야구'로 영역을 넓히며 사회인 야구가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한보 야구단은'녹색 그라운드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프로야구 키드'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팀이다. 출신학교, 직업, 연령대가 다양한 이들을 튼튼히 한데 묶은 것은'야구에 대한 열정'이라는 끈이다.
야구, 기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본다
감독 겸 포수 이상민(42)씨, 주장 김의권(36)씨, 총무 김영국(38)씨는 열혈 야구팬이다. 이상민씨와 김의권씨는 "마누라보다 더 자주 보는 사이"라고 말한다. 식사는 거를 망정 밤마다 받는 야구 개인 레슨은 거르지 않는다. 장남인 이상민씨는 '야구 경기와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7년째 시제와 벌초 등 집안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조이포스라는 사회인 야구팀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은 '야구를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고 뜻을 모았고, 2009년 한보 야구단을 결성했다. 한보라는 팀 이름은 후원사인 한보화학, 한보케미컬에서 따왔다. 역시 야구팬인 김승열 한보화학 대표가 매년 리그 참가비를 후원하고 있다.
한보야구단은 창단 후 줄곧 연세리그(2부)에만 참가하고 있다. 연세리그는 수도권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리그다.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리그 이전을 생각해볼 만도 하다. 그러나 한보는 잔류를 택했다. 김의권씨는 "사회인 야구 명문으로 자리잡는 것이 팀의 목표다.'난이도가 있는' 리그에서 버티지 못하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 랭킹'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한 마음에 봉황기 사회인 야구대회에도 참가 신청을 했다. 이상민씨는 "강팀이 많이 출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선수 출신이 참가하지 못하는 3부리그 규칙이 적용된다면 해볼 만 하다. 실력 차이는 열정으로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출전 각오를 밝혔다.
당구 아시아 챔피언, 큐만큼 배트도 매섭다
한보 야구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아시아 3쿠션 당구 챔피언 이충복(38)씨다. 학창 시절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그는 때때로 큐 대신 배트를 들고'외도'에 나선다. 빡빡한 당구 대회 일정 탓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야구 명문 충암고 출신답게 방망이도 큐 못지않게 매섭다. 올 시즌 유일하게 나선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냈다.
감독 겸 포수 이상민 씨는 야구로 디스크를 극복한 믿기 어려운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이 씨는 2008년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린 끝에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디스크로 밝혀졌고 보행이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해져 수술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사회인 야구 강좌를 운영하던 박창원(34)씨로부터 개인 강습을 받으며 수술 없이 치료에 성공했다. 이씨는 "스스로도 믿기 어렵다. 당시 촬영한 MRI 필름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개인 강습을 받으며 자세를 교정하고 근력을 강화하면서 허리 통증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기적의 재활'을 증언했다.
류태광(31)씨는 무수한 조기 축구팀의 구애 공세를 뿌리치고 야구에 정진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까지 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지역 조기 축구계에서 '에이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한보 야구단에 가입한 후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 '업종 변경'을 선택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 야구 필수 장비와 경비는
취미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일정 부분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사회인 야구도 마찬가지.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야 하고 어느 정도의 금전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개인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사회인 야구 입문의 필수 장비는 글러브와 유니폼, 야구화다.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가격은 천양지차다. 가장 고민되는 것이 글러브 선택. 사회인 야구 경력 15년의 베테랑 김현성(38)씨는 "포지션에 따라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입문할 때는'올라운드형'의 중저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국산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10만원 미만 선에서 쓸만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팀에서 자리가 잡히고 포지션이 결정되면 글러브를 추가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20만원 안팎의 국산 브랜드를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가 제품인 알루미늄 배트와 포수 장비, 연습 공은 팀에서 공동 경비로 구매한다. 사회인 야구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루이빌슬러거는 40만원, 포수 장비는 미트와 보호 장구를 합해 80만원 정도는 줘야 구입할 수 있다. 연습용 공은 개당 2000원 정도, 경기구는 8,000원 선이다.
야구화는 10만원 내외면 유명 브랜드 제품을 장만할 수 있고, 팀 별로 지급되는 유니폼은 모자, 상하의와 벨트, 양말까지 12만원 정도다. 사회인 야구의 1년 회비는 30만원 정도다.
김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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