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 신임 국토해양부 장관이 연일 현장을 누비고 있다. 지난 3일 한강에 이어, 주말에도 영산강 금강 낙동강 등 4대강 현장을 모두 돌았다. 다음주(16일)엔 건설사 대표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장관이 현장에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소관분야 기업인들을 만나 애로를 청취하는 것 역시 열린 자세다. 집무실에 앉아 보고만 받는 장관, 회의나 테이프커팅에 시간을 쏟는 장관보다는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백 번은 낫다.
아쉬운 건 권 장관이 가야 할 현장, 들어야 할 목소리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바로 서민이다. 굳이 현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친서민'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권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주택전문가로서 그 쪽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서민들이 힘든 이유야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전ㆍ월세난이다. 지금 상태라면 700만이 넘는 세입가구가 올 가을 또다시 치솟는 보증금과 전ㆍ월세 품귀에 피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정권의 아이콘인 4대강 사업의 마무리도 중요하고, 국민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사들을 격려하는 것도 좋지만, 셋방조차 구하지 못해 외곽으로,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서민들의 아픔을 달래는 것 보다 더 급한 일이 또 있을까.
권 장관은 취임 때부터 "매매활성화가 전ㆍ월세난의 해법이다"고 강조했다. 그런 맥락에서 다주택자의 중과세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론적으론 그게 맞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발을 동동 구르는 세입자들에겐 "정 떨어지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권 장관은 4대강을 찾기에 앞서, 건설사 대표들과 만나기에 앞서, 서민(세입자)부터 만났어야 했다. 그들의 아픔부터 보듬었어야 했다. 판에 박힌 현장행정, 관행처럼 된 업계 간담회, 그런 것들 때문에 정부의 '친서민'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다.
김용식 경제부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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