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퇴역사병 3명의 고엽제 관련 폭로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78년 경북 칠곡 왜관읍의 캠프 캐럴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명령을 받고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힌 다량의 고엽제를 기지 내에 파묻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이 말하는'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는 베트남전 당시 밀림을 고사시키기 위해 광범위하게 살포된 제초제로, 우리나라도 1960년대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제한적으로 살포했다. 고엽제에는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어 안타깝게도 베트남전 참전용사 일부가 아직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유언비어로 지역주민 피해
그러나 미국 고엽제 최고 전문가인 앨빈 영 박사는 1968년 5월 DMZ 에 살포한 제초제는 당시 널리 사용됐고, 오히려 추가로 보급되지 않아 물량이 부족했다며 퇴역 미군들의 주장이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오염 상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국민의 불안감을 하루 빨리 해소시키는 일일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긴밀하고도 강력한 의지로 환경부와 국방부 등 정부관계자, 환경전문가,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한미 민관군 공동조사단이 미군기지 내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신속한 공동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추진 상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다만 진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지역 농산물 판매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일부 언론이 무책임한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온갖
유언비어 때문에 지역 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되고 있고, 지역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유언비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미 2차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지기도 전에 일부에서 고엽제 논란을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 하고, 이를 이용해 반미 감정을 조장하려는 조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칠곡군 농협조합장들이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일부 언론을 거세게 비판하고, 군수가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를 들어 정치권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고엽제 문제는 감정적이거나 정치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한미 공조를 통해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또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빈틈없는 사후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이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진행하면 될 일이다.
참전용사들 성숙한 시민의식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상 최악의 대재앙에 침착하게 대처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 태도와 일본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세계인들이 찬사를 보냈다. 고엽제 논란에 휩싸인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일본인들 못지않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녔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베트남전의 고엽제 피해 당사자인 고엽제전우회 참전용사들은 이번 논란이 국민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을 염려해 경거망동 하지 않고 차분하게 조사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우리사 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원호 미퍼스트국민운동본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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