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과의 미술품 위장거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수감 중인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58)씨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66) 리움미술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미술품 구매 대금 5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벌가와의 미술품 거래로 유명한 홍씨가 국내 최고 재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홍씨 측은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은 서미갤러리로부터 2009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미술작품 14점을 구매했지만 작품대금 781억여원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잔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홍씨 측은 소장에서 "남은 작품대금 531억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그 일부만 우선적으로 청구, 홍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은 연대해서 5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홍라희 관장 등이 서미갤러리에서 구매한 미술품은 소장에 따르면 미국 화가 빌럼 데 쿠닝의 1975년작 'Untitled VI'(작품가 313억원),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1956년작 'Man Carrying a Child'(216억원), 영국 화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64억5,000만원), 미국 화가 필립 거스턴의 'Foot leg'(32억9,000만원) 등 14점이다. 대부분 현대미술에서 손꼽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다. 홍씨 측은 판매 내역은 소장에 첨부했지만 판매경위서나 계약서 등은 따로 제출하지 않았으며 "구체적 입증 자료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이에 대해 "홍씨가 그간 미술품 대금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없었으며, 대금 지급이 늦어졌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소장을 받아봐야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미지급금, 해당 작품 소장 여부 등은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미갤러리 관계자도 "어떻게 소송이 제기됐는지 모른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법조계와 재계는 이번 소송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씨는 잘 알려졌듯 삼성특검, 한상률 전 국세청장 그림로비 사건 때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사법처리는 피했다. 검찰은 당시 홍씨가 굳게 입을 다무는 바람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홍씨가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수감되면서 심경의 변화를 느낀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홍씨 구속 당시에는 오리온그룹뿐 아니라 그와 그림 거래를 한 다른 대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홍씨는 오리온그룹 사건 초기에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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