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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저축은행과 노무현 수사의 차이

입력
2011.06.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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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째 진행 중인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는 모처럼 보는 한 편의 수작이다. 그 중심에는 대검 중수부가 있다. 100여명의 수사팀은 마치 "수사는 이런 것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작심한 듯하다. 한화와 태광그룹 수사에서 드러난, 의욕만 앞섰던 부실수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정확히 급소를 겨누고 신속하게 칼을 휘두르는 특수수사의 전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법처리 대상 선정에 조그만 오차도 없고 수사 과정에서 이렇다 할 잡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 흔한 영장기각 사례도 없었다. 그렇게 기소한 게 벌써 28명이다.

검찰 특수통의 몰락이니 수사력 저하니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구식 칼잡이 시대'가 끝났느니 어쩌니 해도 여전히 그 맥을 잇는 칼잡이는 남아있다. 대검 중수부는 그 명성에 걸맞은 최정예 수사집단이라는 게 이번 수사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저축은행 수사를 보면서 2년여 전 역시 대검 중수부가 맡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떠오른다. 같은 수사 주체가 담당한 수사였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행태 때문이다.

정치성 짙은 대검 중수부

수사 착수의 단초가 된 국세청의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 건부터가 석연치 않았다. 다분히 권력의 의도가 엿보였다. 급기야 퇴임한 전직 대통령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잡다한 일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졌다. 검증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브리핑했고, 언론은 이를 중계방송 하듯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고사하고, 망신 주기와 면박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표적ㆍ편파ㆍ과잉 수사의 전형이었다.

그 결과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중수부가 정권의 시녀로 회귀했다는 비판과 정권과 검찰의 유착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터져 나왔다.

대검 중수부의 양면성을 보여준 저축은행과 노무현 사건 수사의 차이는 간단하다. 정치색이다.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사건은 부패수사의 본산 역할을 충실히 하지만, 권력과 정권의 의중이 개입되면 엉뚱한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검 중수부 조직 자체가 정권과 권력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다. 검찰총장 직할부대인 중수부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 또는 청와대 하명사건만을 수사토록 돼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확고히 자리잡지 않은 사회에선 늘 권력의 외풍을 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사건은 임기 중에는 손대지 못하다 정권이 바뀐 뒤 수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어쩌다 권력층 비리를 수사하는 경우도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임기 후반기에나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물어뜯듯 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거악(巨惡) 척결에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살아 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표적수사를 하는 등의 폐해와 부작용이 훨씬 많았다.

한창 논란이 일고 있는 중수부 폐지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물론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주장은 다분히 자신들에게 보호막을 치려는 의도가 개입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검찰과 정권의 유착으로 인한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훨씬 크다. PD수첩, 미네르바 사건, 촛불집회나 시국선언 사건 등 현 정부 들어서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무리하게 수사한 사례가 한 두건이 아니다.

폐지론은 검찰 자업자득

과거 사법부는 소장 판사들의 집단 서명을 통해 개혁이 이뤄졌지만 검찰은 정권의 간섭을 배제하려는 내부의 개혁 의지가 표출된 적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믿지 못한다. 아무리 정치적 중립을 외쳐도 정권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표변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검 중수부 폐지 주장은 검찰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꾀하는 데 실패한 데 따른 업보다. 검찰은 정치권을 비판하기 전에 왜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얻게 됐는지 반성하는 게 옳다. 중수부 폐지는 검찰 개혁의 시작일 뿐이다.

이충재 편집국 부국장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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