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B자산운용과 부산저축은행 사이의 은밀한 공생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사모펀드(PEF)다. KTB자산운용이 부산저축은행에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때도, 다른 저축은행 인수자금을 지원할 때도 어김없이 PEF가 등장했다.
인수합병(M&A) 시장활성화를 위해,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PEF이고, 국내 PEF시장도 도입 6년만에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그 폐쇄성과 불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PEF 등록회사 수는 148개. 2005년 15개였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매물로 나온 투자대상이 급증하면서, PEF 역시 최근 3년간 무려 104개사가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PEF 출자약정액과 투자금액은 각각 26조6000억원과 16조7,000억원으로, 지난 2007년에 비해 각각 197%와 234% 증가했다.
PEF란 말 그대로 사적인 투자자공모를 통해 펀드를 조성,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것. 넓게 보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도 사모펀드다.
PEF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투자대상도 넓어지는 추세다. 지난달엔 미래에셋PEF가 필라코리아와 손 잡고,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1위 골프업체 아큐시네트를 인수하는 '쾌거'도 이룩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PEF가 기업인수뿐 아니라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포괄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PEF 운용 방식의 불투명성에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 모집과 자금 운용 모두 비공개다. 공모펀드처럼 종목당 투자비중(10% 규칙)에 대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다. 그저 투자자들끼리만 알면 되는 방식이다.
이런 폐쇄성으로 인해 투자과정에서 로비나 불법적 자금거래,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등 광주일고 동문 등과 얽힌 학연ㆍ지연으로 지난해 의심스러운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어떻게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1,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자금을 유치했는지 그 과정도 베일에 싸여 있다. '사모'의 특성상 투자자 모집도, 투자대상 선정도 학연이나 지연 같은 '인맥'에 의존하기 쉽고 그만큼 불투명한 거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폐해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규제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PEF의 활동반경은 더 넓어져야 하는데 자칫 과도한 규제를 가할 경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특정 분야에 사모펀드가 한꺼번에 몰리거나, 규모 자체가 급속히 비대해질 경우 금융당국이 PEF에 정보를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며 "규제 필요성은 있지만 섣불리 손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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