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았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바빌론, 아시리아 방언 2만8,000단어가 90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책 21권으로 번역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6일(현지시간) 미 시카고대가 1921년부터 편찬하기 시작한 을 발간했다고 전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은 지금의 이라크, 시리아에 걸쳐 있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계곡에 위치했던 인류 최초의 도시 문명이다. 연구자들은 이 문명의 언어를 아시리아어로 부르나, 학술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아카디아어를 기반으로 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세계 최초의 황제라 일컬어지는 기원전 24세기 아카드의 왕 위대한 사르곤이 내린 명령, 최초의 성문법인 기원전 1,700년경의 함무라비 법전, 세계 문학 사상 최초의 걸작으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 등이 모두 이 아시리아어로 쓰였다. 이 언어는 사실상 사멸됐으나 도자기 판과 돌 등에 새겨진 글씨로 보존돼 판독이 가능했다.
시카고대가 편찬한 사전은 일반 용어사전을 넘어 백과사전에 가깝다.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 쓰임새에 역사까지 맞물렸다. 날(day)을 뜻하는 아시리아어 'umu'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은 17쪽에 이를 정도다.
이 사전은 또 당시의 문화도 그대로 반영했다. 노예를 뜻하는 'ardu'를 보면 당시 노예제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se'에 해당하는 'di nu'는 소송 사례, 판결문, 입법 등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당시의 법치 문화를 보여준다.
1921년 사전 편찬 작업을 처음 시작한 시카고대 동양연구소 설립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는 옥스포드 영어사전 편찬을 모델로 했다. 아시리아어 사전 편찬에는 20~30년 정도의 시간을 투입, 6권 정도로 끝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연구 도구는 타자기, 등사판 등으로 열악했고, 정리된 인덱스 카드만 200만개에 달했다. 작업은 당연히 더뎠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서야 작업에 속도가 붙어 1956년 1권이 나왔고, 55년에 걸쳐 나머지를 완간했다.
사전은 기원전 2,500년부터 기원후 100년까지의 언어를 다루고 있다. 작업에는 프랑스, 이스라엘, 이라크 등에서 온 학자들도 참여했다.
1960년대부터 이번 연구를 지켜봤던 제롤드 쿠퍼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NYT에 "이 사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설형문자의 보고"라고 평가했다. NYT는 사전이 전권 1,995달러(약 210만원)에 판매되며 온라인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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