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덩치에서 울려 나오는 선율은 경쾌하고, 때로 기타보다 유려하다. 음악 안에서 거인과 골리앗은 아름답게 공존한다. 이색적 무대지만 진지함이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은 무게 45톤으로 동양에서 둘째 규모다. 6단의 건반이 모두 8,098개의 파이프를 조절해 소리가 나는 웅장한 기계다. 캐나다의 파이프오르간 주자 켄 코완, 한국의 대표적 바이올린 주자 김남윤씨가 둘만의 무대 ‘Dancing Pipies’에서 만난다. 비탈리의 ‘샤콘느’, 나지 하킴의 ‘카프리치오’는 웅장함과 섬세함의 조화로 빚어질 새 차원의 감흥을 선사할 전망이다. 김씨는 “생전 처음 하는 편성이라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씨와의 협연 뒤에는 남성적 금관 악기와 펼치는 조화의 무대가 기다린다. KBS교향악단 수석 안희찬씨를 중심으로 2001년 만들어진 금관 전문 실내악단인 코리아브라스콰이어와의 협연 또한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 장중하고도 유려한 ‘키예프의 성문’ 등이 크게 변신할 차례다. 이밖에 코완은 바흐의 ‘푸가 G 장조’, 생상의 ‘죽음의 무도’ 등을 자신의 편곡을 거쳐 들려준다.,
규모상의 극단적 대비 때문에 객석의 시선이 편안하지 않을 수도 있을 이번 연주회에서는 무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 현장의 생동감을 확산시킨다. 특히 코완의 현란한 손동작은 물론,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발놀림까지 시각적으로 포착, 객석에 생생히 전달할 계획이다. 코완은 또 막 오르기 2시간30분 전에 무대에 나와 객석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 세계와 파이프오르간의 특성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 렉처 콘서트인 셈이다. 18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화관 대극장. (02)399_1115
빈 필하모닉의 하프 수석인 자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잘 알려진 선율들을 하프를 위해 편곡,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뭣보다 그는 하프를 여성이 우아하게 켜는 악기라는 이미지로부터 해방시킨 연주자로서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9세에 하프를 시작, 20대에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 입단한 최초의 프랑스인으로 일찍이 주목받은 그는 하프를 매혹적 카리스마의 악기로 탈바꿈시킨다.
리카르도 무티, 앙드레 프레빈, 사이먼 래틀 등 유수의 지휘자들과의 협연은 물론, 파리정치대 런던정치경제대 등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이력이 시선을 끈다. 자신의 홈페이지(www.xavierdemaistre.com)를 갖고 있다. 최근 앨범 ‘아랑후에즈’를 통해 스페인의 하프 음악을 소개한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드뷔시의 ‘꿈’,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연주한다. 23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02)751_960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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