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여러 의혹 가운데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이 500억원 씩을 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날린 부분은 미스터리 중의 미스테리다. 다른 곳도 아닌, 국내 굴지의 두 대기업인 삼성과 포스코쪽에서 어떻게 저축은행증자에 이런 거금을 넣을 수 있었으며, 손실이 난 뒤 대응 역시 약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미스터리 투자의 중심에 KTB자산운용이 있다.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의 부산저축은행 증자참여를 주선한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대표는 알려져 있다시피 박연호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들과 광주일고 동문이다.
장 대표는 "학연 때문이 아니라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주선한 것"이라며 "나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KTB자산운용은 이미 부산저축은행의 대형투자 때 여러 차례 참여해왔으며, 반대로 KTB자산운용의 투자 때는 부산저축은행이 동참하는 등 양측은 끈끈한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 사이 두 회사가 투자하거나 투자 받은 건수는 알려진 것만도 6~7건에 달하고 있다.
계속된 투자자금지원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KTB자산운용은 2006년부터 부산저축은행이 외형을 확장하거나 대형사업을 벌일 때마다 사모펀드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해왔다.
우선 캄보디아 개발사업이 대표적. 부산저축은행이 주도한 이 사업에 KTB자산운용은 2006~2007년 800억원 상당의 사모특별자산펀드를 조성, 신도시(캄코시티) 개발과 아파트 분양, 캄보디아은행 설립 등에 투자했다. 당초 수익성이 높아 보였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캄보디아의 부동산버블이 꺼지면서 현재는 사업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검찰에서는 캄코시티 개발사업 등에서 KTB자산운용이 54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날렸다고 보고 있다.
2006~2008년 부산저축은행 계열이 연달아 3개의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도 KTB자산운용은 적극적 역할을 했다. 2006년 서울중앙저축은행(현 중앙부산축은행)을 인수할 때 KTB자산운용은 서울대 발전기금까지 유치하며 KTB-SB 사모펀드를 조성, 자금을 댔다. 서울대는 이후 2007년,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25억원씩, 결과적으로 8% 가량의 수익을 내고 전액 중도상환했지만 KTB자산운용은 중앙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고스란히 손해를 봤다. 특히 서울대가 두 번째로 2009년4월 25억원을 회수할 때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명의신탁형태로 지분 4%를 보유했던 아시아신탁이 이를 인수했다.
이어 부산ㆍ부산2저축은행이 2008년 대전저축은행과 고려저축은행(현 전주저축은행)을 인수할 때도 KTB자산운용과 모회사인 KTB투자증권이 자금을 대거나 주관했다.
KTB자산운용의 '부산저축은행 돕기'의 결정판은 역시 지난해의 유상증자다. 장인환 대표는 자신이 기금관리위원과 자금운용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을 끌어들여 1,000억원의 증자를 성사시켜줬는데, 6월 결산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절실했던 부산저축은행으로선 장 대표가 사실상 구명줄을 던져준 셈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1999년 설립된 부산저축은행이 적극적 외형확장을 통해 10년 만에 자산 1위로 성장하는데, 그리고 고비 때마다 KTB자산운용이 핵심적 역할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주고받기식 지원
거꾸로 KTB자산운용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2009년11월 KTB자산운용은 밸류업 사모펀드를 조성해, 워크아웃중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물이 내놓은 금호오토리스(현 글로벌리스앤캐피탈)의 지분 70%를 인수했는데, 부산저축은행 계열도 20% 가량의 지분을 인수하며 공동투자했다. 이후 글로벌리스앤캐피탈은 지난해 6월 아시아신탁이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91억원을 투자한 후 3개월 만에 26억원을 회수할 때 이 지분을 사줬다.
한편 부산저축은행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신용평가는 KTB-SB 사모펀드에도 출자했고, 밸류업 사모펀드에도 20.9%의 지분참여를 했다. 부산저축은행 역시 KTB자산운용의 투자자금 조성 때마다 돈을 댄 셈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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