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명품숍이 즐비한 베트남 호치민 시내 중심가. 베트남에서 최고급으로 꼽히는 빈콤 백화점 지하 2층 락앤락 매장에는 현지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류층을 겨냥한 매장답게 구매액에 따라 실버, 골드, VIP로 나눠 다양한 할인혜택을 주는 멤버십 제도도 운영하고 있었다. 매장관계자는 "회원 등급을 높이기 위해 선물용 제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해가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귀띔했다.
홍기현 락앤락 베트남지역 본부장은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제품이 명품 백화점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어렵겠지만 베트남에선 '록앤록(베트남 현지 발음)'이라면 가능하다"며 "베트남 주부들 사이에서 록앤록은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문을 연 이 매장은 백화점에서 먼저 기존 임대료의 20%나 깎아주는 특혜를 제안해와 입점이 이뤄졌다.
국내에서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대명사로 알려진 락앤락이 베트남에서 주방 및 생활용품 의 명품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락앤락은 2008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09년 35억원, 2010년 185억원으로 매출액을 늘리며 급속히 성장 중이다. 현재 호치민에 16개, 하노이에 7개 등 23개의 직영점과 125개의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외곽도시로까지 진출해 현재의 유통망을 두 배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김준일 회장은 락앤락의 베트남 성공비결로 '철저한 현지화'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꼽았다. 김 회장은 "물건은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베트남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며칠 동안 마트에 가서 그들이 어떤 걸 사는지 무작정 살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대가족 제도를 고려한 큰 솥, 덥고 습한 날씨에 적합한 플라스틱 수납제품 등은 김 회장의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생산비중을 크게 늘린 제품이다.
현지화 전략은 물건뿐 아니라 사람에도 적용됐다. 호치민 시내에서 동남쪽으로 70㎞ 떨어진 락앤락 연짝 공장은 4일 일하고 2일은 쉬는 3조 2교대 근무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족과의 여가시간을 중시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배려한 것. 또 휴일 이틀 중 하루는 직업교육 등을 실시해 '락앤락 사람'으로 만드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호치민=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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